한국일보

버려야 할 우리의 음주문화

2006-12-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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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오(우드사이드)

연말연시가 되면 자연히 각종 모임이 많아지게 된다. 모임이 있다 보면 빠지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술이다.

적당한 음주는 생을 즐겁게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자칫하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 술이다.

송구영신 한답시고 1차를 시발로 2차, 3차 하다 보면 어느새 곤드레가 되고 그 곤드레가 만용으로 이어져 주위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핸들’을 잡았다가 음주 단속에 걸리거나 심하면 목숨마저 잃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작년 연말연시에 한인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플러싱 일대에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건수 중 50% 이상이 한인이었다는 109경찰서의 발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플러싱 일대야 코리아타운이라 할 만치 한인이 많이 살고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으리라고 자위해 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연상되는 것이 우리의 음주문화이다.

기분좋게 시작한 한 잔이 거의 예외없이 2차로 이어지고 입가심을 핑계로 3차로 연결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불합리한 음주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음주단속에 걸리는 불미스런 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심하면 불행한 사태로까지 가는 일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 한국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펴낸 ‘2005년도 OECD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에 의하면 한국은 교통사고 발생율이 회원국 중 가장 높게 나왔다고 한다(물론 이곳에 살고있는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얘기지만). 한국은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137건으로 1위, 도로 1km 당 사고 건수도 1위,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15명으로 역시 1위,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는 4.1명으로 2위 10만명 당 사고 건수는 503건으로 5위라는 불미스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다.

고국의 사정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에 있는 우리만이라도 음주단속 단골고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라도 음주단속 단골고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음주문화와 좋지 않은 음주 후 습관을 버려야 한다.

첫째, 1차 2차 및 입가심으로 ‘한잔만 더’의 음주문화를 과감히 털어버려야 한다. 이 세상에서 ‘맹’한 사람은 2차를 쏘는 사람이고 이보다 더 ‘맹’한 사람은 3차를 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술을 사려거든 1차를 사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맨 처음에는 술 사는 사람을 알고 마시지만 2차부터는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마시게 되며 사는 사람은 아무 생색도 못 내고 돈만 쓰는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하물며 3차는 말해 무엇하랴!
때문에 술은 기분 좋게 1차로 끝내는 음주문화를 받들도록 노력하라.

다음은 술 마실 일이 생기면 차를 몰고가선 안된다. 술 마시고 운전하다 자칫하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다는 사실, 심하면 대형(사망)사고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차를 몰고 술 마시러 가는 미련(?)한 사람도 있다.

하루 저녁 술값으로 적게는 몇백달러에서 많게는 몇천달러씩 흥청망청 날리면서 몇십달러 아끼느라(택시비) 자기 차를 고집하는 걸까? 아니면 음주운전 실력을 뽐내려고 만용을 부리는걸까?

이유야 무엇이건 자기 차 몰고 술 마시러 가는 사람은 좀 모자라는 사람임에 틀림 없다.

차만 안 가지고 가면 단속에 걸릴 염려도, 사고 날 염려도 없지 않은가!
잘 알겠지만 음주운전의 기준은 알콜 농도 0.08%이며 초과시에는 면허정지나 취소와 함께 벌금도 물어야 한다.

특히 작년에 연방하원을 통과한 ‘센센브레너’법안은 시민권자가 아닌 자가 3회 이상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면 추방도 가능하다는데 이래도 음주운전을 하겠는가?

한 개인의 불행은 본인은 물론 그 가정까지도, 나아가서는 동포사회에도 오명을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가능한한 음주를 삼가고 부득이 마시게 될 경우는 절대로 내 차를 몰고가지 말 것이며 술은 1차로 끝내고 술 마신 후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핸들’을 잡지 말 것을 부탁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하는 배짱과 만용을 부리지 말고 ‘X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마음으로 적당한 음주와 준법정신(?)에 의한 음주운전 탈피로 자신과 그 가정의 행복, 그리고 동포사회의 명랑화를 위해서 다같이 노력하자.

금년에는 단 한 건의 음주운전 적발도 단 한 사람의 과음자도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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