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빼기 조차 보이지 않은 어가 행렬

2006-12-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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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 신용일(취재부 기획취재부장)

유럽의 어느 나라 합동참모본부는 지휘관을 성격에 따라 *올바른 판단력(혹은 능력)과 의욕을 겸비한 지휘관 *둘 다 갖추지 못한 지휘관 *판단력과 의욕 가운데 각각 한가지씩만 가진 지휘관 등 넷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지휘관은 당연히 판단력과 의욕을 함께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상급자들이 부하로 거느릴 지휘관으로는 판단력은 떨어지지만 의욕이 앞서는 사람을 선호한다. 이는 국가라는 조직과 달리 개인인 상급자는 부하 지휘관이 가진 뛰어난 능력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능력은 뒤지지만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를 의욕만 갖추기를 바란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문제는 능력은 전혀 없으면서 의욕만 앞세우는 지휘관이 자신보다 더 높은 상관이 없는 최고위 지휘관이 되면 국가나 개인 모두에게 엄청난 불행이 닥친다는 점이다. 판단력과 능력부족으로 잘못된 쪽으로 방향을 잡았음에도 본인은 이를 모른 채 욕심만 앞세워 조직을 이끌다보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한인사회는 어떤가?

한인회장은 잘 뽑았고, 이경로 한인회장은 어떤 지휘관의 종류에 속할까?
주위 사람 대부분은 이경로씨가 한인회장이 되고난 뒤부터 한인사회는 화합은커녕 오히려 갈등과 반목만 되풀이 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어느 한 분은 이경로 회장이 얼마 전 뉴욕 주재 한국 지상사들에게 한인회 운영자금 등에 필요하다며 거액의 기부를 강요한 사실을 들어 한인회장과 함께 뉴욕 한인들이 싸잡아 비난당했다고 흥분했다.

한인회의 가당찮은 요구를 받은 주재상사원은 물론이고 이를 보고받은 한국의 본사 임직원들이 뉴욕한인들을 이경로 회장과 동일선상에 놓고 불쾌한 감정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이경로 회장이 경선이란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투표 당선으로 회장에 취임한 탓인지 지금까지 한 업적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경로 회장은 지난 10월 또 다시 퍼레이드 중복신청으로 한인사회에 평지풍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이 회장은 퍼레이드를 한인회 주최, 주관의 단독으로 하겠다며 퍼밋을 중복신청 했다가 한인들의 비난여론에 밀려 실패했다.


이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종전대로 한인회 주최, 한국일보 주관으로 치르기로 한 뒤, 한국의 화려한 궁중의상을 주류사회에 알리겠다며 어가행렬을준비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난 10월7일 코리안 퍼레이드에 어가행렬은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올해 퍼레이드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주류 정치인을 섭외하기가 어느 때보다 수월했음에도 그랜드마샬에 나설 정치인도 제대로 초청하지 못하는 무능을 노출했다.

이처럼 올해 퍼레이드만 놓고 보더라도 무능이 극치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며칠 전 소위 참여정부 초대 총리였던 고건씨와 군 원로들을 싸잡아 비난해 또 한 번 한국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염두에 둔 정치적 꼼수 내지는 노림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경로 회장이 또 다시 퍼레이드 중복신청을 한 것도 한인회장 연임을 염두에 둔 꼼수라는 분석도 있다.

판단력 또는 능력은 없으면서 욕심에만 눈이 어두운 지휘관은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이 몸담은 조직까지 불행으로 이끌어간다는 사실이 새삼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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