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갑다, 돼지야!

2006-12-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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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 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또다시 지나가고 있다.

2006년이 개의 해였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듯이 올해에는 특히 북녘에서 개의 울부짖음과 비슷한 소리가 많이 났다. 여름에는 미사일을 발사하더니 가을에는 핵폭탄 시험을 통해 국력을 과시(?)했다. 그러고 보면 세계 최강국으로 꼽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마치 손오공처럼 부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야말로 삼장법사 수준이 아닐까싶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에서는 국무총리가 삼일절에 골프를 쳐 사표를 냈으며 어느 한 정치인은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의 대통령은 ‘대통령 하기 싫다’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통령은 ‘전쟁이 좋다’라고 계속 고집하다가 자신이 소속돼 있는 당의 몰락을 초래했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함께 연구하던 연구원들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황우석 박사는 자신의 ‘사기행각’이 탄로 나자 연구원들과 함께 나타나 국민들에게 사죄를 빌었다. 황 박사는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많이 나오는 ‘있을 때 잘혀’라는 노래를 알고 있을까?

봄꽃이 피는 5월1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스스로의 ‘노동절’을 선포하더니 가을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ICE(미 세관단속국)의 단속요원들에게 많이 붙잡혀 갔다.

‘오~필승 코리아’는 알프스의 요들송에 기가 꺾였고 한국 야구는 한 때 잘한다고 까불다가 아시안 게임에서 실업인들로 구성된 일본팀에게 패했다. 타이거 우즈는 계속 포효했지만 위성미는 마치 여성으로 태어난 사실을 후회하듯 남자들 틈에 끼어 다니며 ‘꼴찌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개는 육지의 동물인데 왜 올해는 유난히 ‘바다 이야기’가 언론에 많이 나왔을까?하지만 모든 일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유엔은 차기 사무총장으로 ‘대한의 건아’ 반기문씨를 뽑았으며 뉴저지에서는 허영은, 최용식씨가 나란히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불을 뜻하는 정(丁)에 음향오행을 따져 붉은 돼지, 또는 황금돼지 해라고 불린다. 한국문화에 있어 돼지는 ‘복’을 주는 동물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07년은 우리 주위에 알맞게 살 찐 돼지처럼 알차고 ‘복’이 많은 해이길 학수고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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