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마스와 새 해를 맞이하며

2006-12-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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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욱(목회학박사)

크리스마스와 새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이틀 밤, 새 해는 아홉 밤을 지내고 나면 맞이하게 된다.

어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크리스마스가 되고 새 해가 되면 있는 사람들, 즉 부자들에겐 좋은 절기가 되지만 없는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들에겐 더 고통스러운 절기가 된다고 한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지족자부(知足者富), 즉 마음이 흡족하여 만족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마음 하나만으로 부자가 되기에는 너무나 냉혹한 현실이 뒤 따른다. 당장 렌트비를 내지 못해 아파트에서 쫓겨나야 될 사람에게는 돈이 필요하지 마음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지상 최대의 부자 나라다. 그리고 자유가 보장돼 누구나 기회를 이용하고 열심히만 살면 굶지는 않는 나라다. 굶기는 커녕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이 나라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중 가장 불행한 사람들 중 하나는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들이 왜 불체자가 됐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현재의 삶은 불행하다.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 고충을 누가 알 수 있으랴. 자신이 불법체류자가 되어 보지 않는 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길은 없다. 불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에게 달려 있다. 불체자이면서도 노동허가를 받아 그동안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낸 사람들에겐 사면이 주어져야 한다. 그만큼 이 나라를 위해 살았기에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요 새 해를 맞이한다고 하여 거리를 누비며 좋아하고 있을 때 양로원이나 병원 등 요양원에서 자신의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누워있는 노인들 혹은 환자들은 결코 크리스마스와 새 해는 기분 들뜨게 하는 좋은 절기는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작은 정성이나마 함께 나눌 수 있는 선물과 그들을 찾아주는 마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인교회들이 그런 불우한 이웃들을 찾아 선물을 주고 예배를 드리며 그들을 위로하는 것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실행하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소외된 자들과 불우한 이웃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태어남을 축하하는 가운데 그들을 위로해 주며 감싸 안는 것이야 말로 기독교의 사랑을 실행하는 것이라 하겠다.

새 해도 마찬가지다. 새 해란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묵은해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새 해 새로운 날을 맞아 새롭게 결심을 하고 다시 일어나 보자는 뜻이 새 해를 맞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 때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겐 새해란 별 의미가 없다. 하루하루가 고통 속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을 직접 돕지 못하면 그들을 돕는 기관에 후원금을 보내면 된다. 자선단체나 교회, 혹은 봉사단체에 후원금을 보내어 그들로 하여금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찾아가 위로하게 하는 방법이다. 직접 찾아 나서지 못할 경우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이지, 직접 찾아가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크리스마스와 새 해를 맞아 도움을 요청해 온 헌금 봉투가 있다. 장애우를 위한 선교 사업을 하는 단체에서 온 것이다. 작지만 헌금을 했다.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것이 모이면 큰 것이 된다. 한 푼 두 푼도 많은 사람들이 도우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선교단체의 대표인 목사는 자신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목 아래 부분이 전신 마비된 장애자다.

그는 두 딸을 잃어버리고 아내가 장애자가 된 교통사고 후 잘 다니던 회사의 중역 자리를 그만두고 신학교로 들어가 공부한 후 목사가 되었다. 그 후 그는 장애자를 위한 선교단체를 설립하고 장애자를 위한 예배와 모임을 가져 그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한편 한국과 북한과 중국 등에 장애자를 위한 휠체어보내기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민주주의 나라, 미국에서는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신분이 확실하지 못하여 열심히 일해도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사람취급 못 받으며 살아가는 불체자들은 오늘도 마음 조리며 살아간다. 또 제대로 자신의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장애우들이나 노인들 환자들은 크리스마스와 새 해와는 상관없이 고통 속에 살아간다.

이렇듯,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에 함께 동참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와 새 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여야 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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