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리 없는 외침

2006-1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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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옥(목사,정신과의사)

기독교 신자들에게 기독교의 주인, 평화와 화해의 주인인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을 기념하고 생각하는 성탄절 절기는 연중 가장 중요한 절기이다. 성탄절을 기념하여 연극, 영화, 음악회, 특별예배 등의 기념행사와 예배가 들려진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목사가 내게 “나는 성탄절이 오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목회를 하는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할까 생각하면서 이유를 물었더니 “성탄절이 너무 흥청거린다”는 것이었다.
흥청거림의 뒷면에 흥청거리지 못하는 또는 흥청거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가족들과도 친구들과 만남이나, 모임, 파티에 초청받지 못하거나, 초청받을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에게 11월부터 시작되어 2월 말이 되어야 끝나는 가장 즐겁고 기쁜 이 시즌은 힘들고 어려운 고통의 계절이며 자신의 위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즌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시간을 자신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인하여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즐겁지 않은 그룹을 소외시킬 수 있다.

이들은 누구일까?
병이나 가까운 친구나 친인척의 죽음같은 개인적인 상실과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들일 것이며, 어떤 이유로 또는 정신적인 이유로 고독한 사람들, 모든 종류의 병으로 앓고있는 병 중의 사람들일 것이다.
또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여 있는 사람들, 여러가지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떨어져있는 사람들, 미혼이나 별거로 인간관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들이 기뻐 뛸 때 방안에 있었고 남들이 모임을 가질 때 혼자였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남들이 자녀들 선물을 살 때 선물 하나 살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해하는 사람들이다.


필자가 정신과 의사였을 때 매년 11월부터 2월까지는 병동의 환자는 새로운 입원환자로 넘쳐나고 외래는 새로 발생한 우울증, 정신병 등의 정신질환자로 인하여 바빴던 기억이 있다. 남들이 기쁘고 즐거워할 때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 슬픔을 가진 사람이 있음을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이방인들, 남들에게서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하고 소외감을 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그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러 왔다. 가장 소외받는 그룹의 하나인 정신질환을 가진 개인이나 가정은 그래서 더욱 한인사회 공동체가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대상들이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가족이고, 교인이고, 친구이며 우리들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남들이 기쁘고 즐거울 때 도움을 바라서 외치는 그들의 소리를, 방안에 있는 사람들의 소리없는 외침의 소리를 사람들은 무시하거나 못들은 척 가장하거나 못 들어서는 안된다. 도움을 바라서 외치는 Cry for help 의 음성을 들을 때 그 때는 이웃들이 나서야하는 때이다.
어떤 이유로 같이 나누지 못하는 그들의 고통에 참여하는 길은 가장 기쁘고 성스러울 때에 외치는 그들의 수치와 고통과 외로움에 찬 음성을 듣는 것이다. 외치는 소리는 세례 요한 뿐만아 아니기 때문이다.

같이 즐기고 기뻐하며 그들의 웃는 소리를 듣는 것도 가장 기쁘고 성스러워야 할 이 시점에 들어야 할 소리이다. 즐거움에 찬 웃음의 소리는 가장 큰 치료약의 하나임을 기억하자. 웃게 하는 것으로 성탄절의 선물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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