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퇴색해 가는 연말 카드 인심

2006-1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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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한 해를 넘기는 이맘 때가 되면 가장 바빠지는 기관 중의 하나가 바로 우체국이다.

부모나 친지, 친구, 연인들 간에 주고받는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이 우체국마다 넘쳐 나면서 직원들은 부득불 밤샘 작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흔하게 벌어진다고 한다.연말에 보내는 카드는 대개 지난 한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유래의 시초는 1843년 영국 런던의 상인이자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의 제1대 관장이었던 헨리 콜 경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영국 화가 존 캘컷 호슬리에게 부탁해 만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후 각국의 우편제도가 발달하면서 카드 보내기는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풍습처럼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카드의 이러한 의미와는 달리, 요즘은 그동안 잊고 지내던 미안함을 대신하거나 또는 사업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인사치레 수단으로 퇴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중에서 틀에 박힌 인사 문구가 인쇄된 카드를 구입해 이름만을 바꿔 적어 보내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아예 카드만을 덩 그라니 전달하는 식이다.

독자들 중에는 어린 시절 한번 쯤 식구들과 아니면 친구들과 모여 앉아 카드를 만드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손수 그림을 그려 물감으로 칠을 하고, 색종이를 잘라 온갖 모양으로 치장을 한 뒤, 카드를 받을 사람에게 어울릴 만한 글귀나 시를 찾아 담기도 했다. 요즘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카드의 세련됨과 화려함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성이 가득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연말·연시 전체 우편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카드가 최근 수년 새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여서 카드 인쇄업자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원인은 인터넷 카드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종이카드가 더욱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긴 동영상 입체 카드에 목소리까지 담은 무료 카드를 클릭 한번으로 간단하게 보낼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얘긴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이버 시대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가는 종이카드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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