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장애우들과 함께 한 산행

2006-12-16 (토)
크게 작게
김명욱(목회학박사)

2005년 1월부터 두 해 합쳐 지난 토요일(9일), 모두 50번째의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은 케츠킬 우드스탁에 위치한 3,140 피트의 오버룩마운틴(Overlook Mountain)을 장애우 30여명과 함께 오르고 내린 가장 인상 깊은 산행이었다. 사계산악회(四季山岳會·Four Seasons Mountain
Club) 회원이 된지 2년 만이다.

뉴욕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와 가족들, 사계산악회 회원과 가족들 모두 80여 명이 참여하여 장애우들과 함께한 제1회 장애우산행은 너무도 뜻 깊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자원봉사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못했던 나에게 이번의 산행은 다시 한 번 나의 남은 생을 계획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산을 내려올 때 맡았던 약 1마일 정도의 휠체어 담당이 그 좋은 경험이었다. ‘준’. 그는 뇌성 소아마비 장애우다. 목부터 발까지 제대로 가누지를 못한다. 그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에서 내려올 때 세 사람, 네 사람이 함께 도와야 했다. 30여명의 장애우들은 이번 산행이 태어나 처음이라 한다. 준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말도 못하는 준의 얼굴이지만 너무나 밝
게 빛났다. 힘들게 지어지는 그의 웃는 모습은 무척이나 좋다는 뜻이었을 게다.


빙판이 있어 내려 갈 때에는 네 사람이 함께 휠체어를 들어 옮겨야만 했다 그러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그래도 좋다는 자원봉사자와 산악회 회원과 가족들. 이번 산행이 더 뜻 깊었던 것은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장애우들과 함께 한 산행이었다는 사실이다. 산악회 회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많이 참가했다.
오버룩마운틴 산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산악회 회원 한 명이 “캐츠킬에 수많은 산들이 있지만 다른 곳은 못 올라가 봐도 오버룩마운틴만은 올라야 한다”해 지난여름 올라본 적이 있다. 산 정상엔 산불을 경계하는 탑이 세워져 있다. 그 탑에 오르면 캐츠킬 사방의 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장애우들과 함께 한 이날 날씨가 좋아 사방의 산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장관이다. 이곳은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병약한 사람들도 오를 수 있을 만큼 길이 넓다. 그리고 원만하다. 산행코스라기 보다는 산책코스라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일 수도 있다. 산은 3,140 피트지만 2,000 피트 정도까지 자동차로 올라간다. 주차장 옆엔 티베트 사원이 있다. 주차장에서 정상까
지는 약 1시간여면 오를 수 있다. 왕복 5마일로 3시간이 채 안 걸린다.

장애우와 어린아이 등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산 정상을 오르내렸던 산행을 통해 참가했던 산악회 회원들과 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 좋은 것은 말로 표현하기란 힘들다. 함께 참여해야 그 좋은 것을 느낄 것 같다. 장애우산행은 2007년엔 만물이 활짝 피어나는 봄의 5월과, 단풍이 붉게 물드는 10월 말 경에 다시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
몇 명의 전문직업인들이 함께해 베어마운틴(1,400피트)에서 시작된 사계산악회 산행은 캐츠킬에 위치한 트윈, 인디안헤드, 위튼버그 등 3,500피트에서 약 4,000피트에 가까운 산도 넘나들며 2년이 지났다. 특히 눈 덮인 산행은 위험한 반면 드릴과 서스펜스가 있다. 허나, 늘 조심해야 한다.
“아차”, 한 눈 팔면 추락할 수 있기에 그렇다.

산행을 통해 땀을 흘리며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상쾌하고 흐믓한 기분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희열을 동반한다. 또한 나무에서 내뿜는 산소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곡 따라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면 세상 상념이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산행은 산을 정복했다는 기분도 들겠지만 산의 품에 안겼다는 아늑함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산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난사고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 혹은 산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조심을 안겨주고 있다. 산은 산을 타는 사람들을 한없이 품어 주지만, 언제 또 그들을 삼킬지 모른다. 늘 오를 때마다 겸손한 마음과 경건한 자세로 오르고 내려야 한다. 그래야 탈 없이 산행을 즐기게 된다.

장애우들과 함께 한 산행을 통해 이웃의 어려움에 함께 동참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과 자세를 배운다. 그리고 그 ‘실행’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늘이 인간에게만 내려준 귀한 선물임을 감사한다. 세상은 잘 살펴보면 나보다도 어렵게 살아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 하여 어려움을 나누는 세상이 된다면 세상은 좀 더 밝아질 것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산 정상에 올라가 “야호~”를 불렀던 장애우들의 밝은 표정과 그들과 함께 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세모의 따뜻한 정들이 오고감을 느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