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트레스를 이기는 법

2006-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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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휘(예비역 육군 준장)

현대인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날이 밝아, 눈 뜨고 집 앞을 나서면서부터 하루 일이 스트레스로 시작된다.

거리에는 숱한 자동차의 홍수, 잠시 한눈을 팔거나 긴장을 풀면 아차 하는 순간 교통사고의 제물이 되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직장에 들어서면 위 아래로 치이고, 동료간에 불꽃튀는 경쟁에다 자칫 일이 꼬이기라도 하는 날이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긴장의 울 속에서 속이 타기 마련이다.
현대판 스트레스는 직종과 신분, 연령과 성별, 빈부와 지역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흔히 지체가 높고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책이 높을수록 더 중대한 일로 고민해야 하고, 큰 돈을 움직이는 기업가는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사업체를 경영해야 하므로 걱정의 비중이 더할 수 밖에 없다.


탐욕과 사악함에 물들지 않고 근심 걱정 없이 천진스레 뛰놀던 어린시절을 우리는 그리워한다. 하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잠시도 짬을 허락하지 않는 공부와 석차를 겨루는 시험 점수, 자칫하면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폭력과 왕따, 조금 더 자라면 내신성적이나 수능시험으로 인생길이 판가름나는 진학에의 노이로제-그래서 신경정신과를 찾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보도다.

여성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해방, 여권신장, 여성상위시대로 대변되는 오늘의 사회현상은 가히 여성 천국이라 할 만 하다. 그런데도 여성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는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가. 먹는 것이 해결되고 입을 것과 잠자리 걱정이 사라졌는데 가정주부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큰 집에서 살고, 더 좋은 차를 타고, 자식이 더 좋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여 모자라는 치수 만큼 불만스러워하고 못 가진 만큼 자괴(自愧)에 빠진다. 중년의 여인은 희끗거리는 귀밑머리를 바라보며 자신이 바람 부는 벌판에 홀로 서있는 외톨이라 여겨 슬픔에 젖기 일쑤다.

노인들은 어떠한가. 대가족제도에서 2대, 3대를 거느리며 특별한 존대를 받던 처지에서 급격한 추락의 위기에 처해 고뇌에 젖어 있다. 권위와 존경은 물 건너간지 오래이고 생계수단이 없고 병들어 쇠약해져도 모시려는 자식이 없는 현실, 많은 한국의 노인들은 처연한 황혼을 서러워하며 그 끈질긴 인내력으로도 과중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신체기능상으로 보면 스트레스는 부교감 신경의 농간이다. 부교감 신경의 관리는 바로 마음의 관리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불수의근(不隨意筋)을 마음으로 다스려야 하는 아이러니, 감사하고 기쁜 마음, 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 남을 위하고 베푸는 마음을 열어갈 때 부교감 신경은 다스려지고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이 증가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과학의 설명이다.

지배욕과 적대적 성격이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조기 사망률이 높은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 유발이 많기 때문이라는 연구 발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스트레스는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일상을 살아가며 늘상 신경쓰고 다투고 가슴 태우는 일들이 뭐 그리 대단한 것들인가. 한 발짝 물러서 바라보면 하찮고 부질없는 일인 것을... 그렇다고 언제나 움츠리고 억누르기만 하는 것도 옳게 사는 요령이 아니다. 오만하지 아니하나 자신만만하고, 이기적이지 아니하나 자기 사랑에 충실함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맞닥뜨리는 스트레스로부터 얼마쯤 자유스러워지기 위해, 남을 위해서라기 보다 우선 나 자신을 위해, 미움을 덜어내고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익혀야겠다.하늘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들녘의 야생화를 바라보는 순수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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