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I.A.

2006-1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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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재 옥 (의사)

CIA 하면 007에 나오는 소름끼치는 무시무시한 영화장면을 연상케 하나 사실은 의 약자로 유명한 4년제 요리대학이 그 중의 하나이다.

뉴욕 북쪽 포킵시 중심부에 허드슨강을 끼고 아름다운 정원, 특이한 건축양식이 이채롭다.와인 클래스에는 Bacchus 주신처럼 둥글납작 살이 붙은 교수가 Wine Taste 열강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책상 위에 놓인 유리잔을 비우면서 술맛을 배우고 있었다.대부분 학생들도 몽실몽실하게 살쪄 보였다.
궁전보다 더 우아한 식탁에 앉아 학생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도 별미이지만 환상적인 실내장식, 그윽한 분위기가 식욕을 더 북돋아 준다.


겉이 미끈미끈한 둥그런 빵을 손을 안 대고 집게만 이용해서 나누어 주다가 잘못 떨어지면 다시 스푼으로 떠서 오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고객의 건강을 위해서 얼마나 깨끗하게 음식을 제공하느냐가 교육의 중요한 목표이다. 마치 의과대학에서 4년 동안을 소독에 관해서 교육을 받는 것과 같겠다.

내 친구 미국의사의 큰아들은 내과의사이고 둘째는 CIA를 졸업하고 식당 개업을 했는데 맛있는 음식을 잘 해주는 둘째가 효자라고 항상 자랑을 한다.
어떤 교포가 손으로 남의 빵까지 만지작거리다가 종업원과 말다툼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식탁에는 가운데 놓인 반찬을 덜어먹을 때 자기 침이 묻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휘젓거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위암을 일으키는 Helico 균, 폐병, 간염 등 독성 병균, 가래가 침에 섞여 있을 수 있다.

자기 몸에는 공생하는 보균이지만 저항이 약해진 남에게는 치명적인 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여름에 오염된 냉면을 먹고 식중독으로 죽는 여학생도 보았다. 신문 1면에는 대문자로 이-콜라이 비상이 걸렸고 호화 유람선에서는 380명이나 식품 독균에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러운 손으로 음식물을 취급하는 것은 마치 외과의사가 소독장갑을 끼지 않고 수술하는 것과 같겠다. 항상 접시에 음식을 따로 덜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세포를 서로 나누어 마시는 술잔 돌리기, 동반자살 행위는 이제는 그만 두자.

몽고 기마민족 때부터 지녀온 나쁜 옛 습관은 버릴 때가 되었다. 10대 경제대국이 아닌가. 자식이 귀엽다고 자기 입에 넣은 음식은 주지 말자. 먼 훗날 간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천년을 비바람에 버티어 온 나무가 속에서 자란 벌레 때문에 쓰러지는 것을 본다. 로마 귀족들은 식후에 두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어 음식을 토해내는 다이어트 방법을 썼다. 머지않은 장래에는 CIA 건너편에 비만 클리닉이나 다이어트 대학이 세워질 가능성을 상상해 본다.

히포크라테스는 절대로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고 했다. 남에게 병 주고 약 주는 짓은 그만 하자.만약 음식이 잘못돼 남에게 병균이 전파되었다면 이는 왕이나 스파이를 독극물로 죽였던 CIA 첩보요원보다 더한 살인범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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