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 한인사회 너무 시끄럽다”

2006-1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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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홍 재 (전 은행인)

마음이 스산하면 옷을 겹겹이 입어도 뼛골에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것이 특히 이민생활의 겨울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는 한숨을 내뱉고 테러에 주눅든 부시 정부는 솥뚜껑만 봐도 경끼를 일으키어 씨름선수 샅바 모양 이민정책을 옭죄어 서류미비자들을 추위와 공포로 곱절 떨게 하는 것이 작금 이민사회의 현실이다.

뉴욕한인회가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이민사회를 대표하고 대민봉사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고맙지만 요즘이야말로 한인사회에 훈김을 불어넣고 기대고 비빌 언덕같은 위상을 지켜준다면 이 얼마나 가상하고 감격스런 일인가.하지만 최근 한인회장 피선거권을 2년 이상 한인회에서 봉사한 경력의 소유자로 제한하겠다는 회칙개정론을 접하면서 옥에도 티가 있다지만 티 치곤 너무 커서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쨍쨍한 대낮에도 쏟아지는 한 무리의 소나기 쯤으로 생각한 것은 ‘자기를 희생하면서 봉사하는 사람들인데 상식 밖의 생각을 하겠나. 소나기 지나간듯 조용히 넘어가면 순리대로 풀리겠지’ 하였다. 그런데 천둥번개에 개 뛰어들 듯 코리안 퍼레이드인가 뭔가 하는 것이 불거지면서 너무 시끄럽다.


비록 만리타향에 떨어져 있어도 정든 고향산천에 피붙이들이 아직 생생한 모국이 마냥 시끄러워 넌더리나는 판인데 이 작은 한인사회마저도 이 모양이니 한인회비를 납부하는 동포의 한 사람으로 당사자간 해결해야 할 퍼레이드 문제는 차치하고 계제에 한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지구 전체가 한 마을이요 한 가족인, 누구나 다 아는 글로벌 시대이다. 한국의 유수한 대학이 미국에서 저명한 학자를 총장으로 수입하고 사외이사라 해서 회사 밖 사람도 이사로 영입되고 농촌 총각들이 동남아 등 저개발국가의 처녀들을 무더기로 수입하듯 결혼을 해서 2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국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요, 심지어는 대통령까지도 수입하자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다.

더도 말고 삼고초려란 말을 알만한 사람이라면 제갈공명이 유비 밑에서 군사수업으로 2년 이상 경험을 쌓은 사람이 아니란 것 쯤은 상식 이하의 얘기란 점이다. 물론 리더십에 경험이야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은 각론적 해석이지 큰 인물을 초빙, 옹립하는 총론에서는 얘기가 한참 달라진다.
한인회의 주장대로 단체의 장이 경험이 절대 필요하다면 국가의 행정수반인 대통령은 그 행정부서에서 훨씬 더 큰 경험을 해야 하고 뉴욕동포 고작 삼사십만의 회장의 필수경험 연한이 2년일진대 몇 억 인구의 대통령은 줄여 잡고 잡아도 최하 몇십몇백년의 경험을 쌓아야 된다는 조건은 왜 성립이 안되는가.

이런 발상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그 머리의 수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왜 애써 일하면서 공을 깨뜨리는가. 한 식구 되어 2년 이상 한 솥 밥 먹어야만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 요즘 코흘리개들한테 들이대도 ‘노 웨이’하면서 눈 부릅뜰 얘기다.
정작 동포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도 한인회에 들지 못하면 평생 회장 입후보의 길도 원천봉쇄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아무리 유능해도 겸손한 사람은 절대로 나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청치 않는 잔치에 묻지 않은 말 대답하려고 한인회관을 방문하겠는가. 훌륭한 인재라면 언제건, 어디서건 발굴하고 모셔와야 그 조직체가 발전하지 식구끼리만 한다면 누가 호응하겠는가. 노무현 정부가 바닥을 헤매는 것은 코드 인사니 회전문 인사니 해서 끼리 끼리 해먹는 때문인데 그걸 보고도 느끼지 못한다면 뉴욕한인회는 꿩새 울었다는 얘기다.

문은 활짝 열려야 공정한 평가, 신뢰를 받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는 획기적 변화, 혁신적 개선, 모두 빛 좋은 개살구요, 여우 대가리 저 위에 잘 익은 신 포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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