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책임=신뢰

2006-1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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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위생 관리가 엄격한 미국이 때 아닌 ‘이-콜라이’ 박테리아 감염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2월 뉴저지 주에서 이-콜라이 박테리아 감염 증상을 보인 주민 15명이 신고된 것을 기점으로 감염 사례는 확산되어 피해 지역이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서폭·낫소 카운티, 펜실베니아, 커네티컷 등 미 동부 6개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문제가 제기 되고 있는 타코벨사의 여러 체인점이 잠정 휴업조치를 내리고 위생 조사 및 살균 작업을 실시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또 이-콜라이 박테리아 양성반응을 보인 파(Scallion)를 음식 재료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동부 지역에서만 11일 현재까지 이-콜라이 감염 증상을 보이는 주민이 300여명에 달해 이-콜라이의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 타코벨사이다. 예전 한국에서 일어난 ‘만두 파동’과 연루된 한국회사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인 것. 당시 만두 재료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위생상태가 너무 나쁜 것이 밝혀지면서 관련 업계들은 서로의 탓만 하는 모습만 보였다. 그러나 타코벨사는 책임을 받아들일 경우 수천만달러의 소송이 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문제의 근원지를 먼저 확인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우리내 인생은 너무나도 걱정할 것이 많다. 학업, 진로 결정, 결혼, 자녀 양육 등 어찌 보면 걱정할 것이 없는 인생은 2%도 아닌 40%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먹는 음식을 걱정해야 한다는 요즘 현실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음식을 먹으면서 ‘여기에는 무슨 바이러스가?’라는 생각을 하고 싶을까? 그렇기 때문에 타코벨사의 행동은 너무나도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있더라도 빠르게 시정하려는 모습 속에서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다.

뉴욕시 보건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볼 때 위생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업소들이 각각 눈에 뛴다. 또 한인들 사이에서 ‘이 가게는 심하게 더러워’라고 일컬어지는 업소들도 쉽게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업소들이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책임 전가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콜라이 사태와 관련 대형 요식업계인 타코벨사의 보인 행동이 양심 없는 몇몇 한인업주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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