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경로 회장, 초심으로 돌아가라

2006-12-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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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베이사이드)

집 나가면 더 잘 살줄 알고 뛰쳐나갔던 부인이 얼마 안돼 다시 돌아와 과거를 뉘우치고 이제는 해로동혈(偕老洞穴)하자며 오손도손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부인은 또 집을 뛰쳐 나갔고 나간 것도 부족하여 남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혼소송장으로. 남편은 어이가 없어 하늘만 쳐다보며 탄식한다. “세상엔 믿을 사람 하나 없구나!”회장후보 자격 제한을 골자로 하는 한인회 회칙개정 추진으로 그 저의를 심히 의심스럽게 생각하던 차에 이번에는 이미 가출했다 다시 돌아와 쌍방이 원만히 합의를 이룬 1차 중복신청 사건에 이어 다시 2차 가출을 작심하면서 10월 25일 코리안 퍼레이드 개최 허가를 이중으로 신청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의중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어린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한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누워서 침을 뱉다니..

한인회 회장후보 자격 제한을 골자로 하는 회칙개정 추진 이유와 두번씩이나 코리안 퍼레이드 개최 허가 신청을 한 이유를 따져보고 아울러 이같은 졸렬한 처사로 인한 한인사회에 끼칠 해악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하자.우선 회칙개정 문제를 보면 반드시 한인회에서 2년간 봉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회장후보 자격을 준다는데 한 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아무리 일국의 대통령이라 할 지라도 완전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책사(策士)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있는 것이 비서관이나 보좌관들인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머리가 모자라면 빌리면 된다”고. 즉 한인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야만 유능한 지도자(한인회장)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열(熱)과 성(誠)이라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회장의 회칙개정 추진에는 꼼수가 엿보인다.
이경로 회장은 이런 얄팍한 꼼수로 또 한번의 영광(한인회장)을 꿈꾸지 말고 정정당당히 지금까지 살아온 업적으로 승부를 걸어라. 아니면 자신의 심복을 차기 한인회장으로 앉힐 꿍꿍이속이 있는게 아닐런지.

다음으로 2중 등록건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현 이경로 회장은 전임 회장(김기철)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초라한 성적으로 비교 평가됨을 본인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에 코리안 퍼레이드 만이라도 단독 주관해서 한인사회에 어필(속된 표현으로 한번 튀어보려고)해 보려고 했으나 뜻을 못 이루자 미련을 못 버리고 이판사판식으로 또 한번의 우(愚)를 범한 것임에 틀림 없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과욕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이 회장의 이같은 우유부단하고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한인사회가 양분화되는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소위 지도자가 할 일이란 무엇인가? 서로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면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해야지, 나 한 사람 튀어보겠다고 한인사회를 이렇듯 사분오열 시켜서야 되겠는가?

전임회장처럼 묵묵히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진다면 본인이 고사해도 한인사회에서는 또다시 당신을 부를 것이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역사에 남는 지도자(한인회장)가 되려면 맡은 바 임무에만 충실하면 틀림없이 역사는 당신을 호평가할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한인회장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닌 줄 안다. 특히 빤히 들여다보이는 회칙 개정에나 매달린다거나 멋있는(?) 코리안 퍼레이드를 주최 주관해서 한인사회에서 한 번 튀어보고 이어서 본국정부에 명함이라도 한장 내밀어볼까 하는 그런 얄팍한 생각일랑 아예 접어두고 이제부터라도 모든 것을 다 백지화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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