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회적인 학습 효과

2006-12-11 (월)
크게 작게
허병렬(교육가)

‘학습 효과’라는 말은 본래 교유계에서 쓰는 말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학습 효과를 올리기 위하여 노력하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 말이 일반사회에서 흔히 쓰이고 있음을 본다. 어떤 일에 관한 학습 효과가 있었다고도 하고, 없었다고도 하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
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의 일생을 하나의 배우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짧고도 긴 생애를 쉼 없이 배우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배울 것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살만한 세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일반 사회는 하나의 큰 학
교가 된다.


취직을 하고자 하면 반드시 ‘이런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이 처음으로 직장을 찾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직장에서는 그만큼 경험이 있고 없고를 중요시한다. 만일 경험이 없다고 하면 직장에서 따로 학습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요즈음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일들이 있다. 수많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들이 훈련을
받는 광경이다. 계절에 맞는 장면이다. 산타클로스가 있다 없다고 서로 다투던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의 행렬을 보고 흥분하면서 뺨이 붉어지던 생각을 되살린다. 그들에게도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이나 그냥 되는 것은 없다.

다른 것은 한국 우주인 1호 후보자들이 ‘우주인 1호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무중력 적응 평가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모두 즐거운 모습이다. 그러나 최후의 당선과 낙선 판결을 앞둔 그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이 일이야 말로 장기간의 학습기간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그런 후에
학습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 일이고.또 큰 일에도 학습 효과 운운하는 말이 들린다.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미국이나 한국이
나 이 일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제각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결과야 말로 개별적인 학습 효과에 따라 결정을 보게 되는 일이다.

이렇듯 크고 작은 일에서 학습 효과를 따진다면, 우선적으로 학습 기간이 있어야 한다. 이 기간은 계획에 따라 마음과 몸을 훈련하여 잘 숙성하도록 노력함이 기본 자세이다. 고도의 지식이나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일수록 학습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학습 기간이 없었던 사람이 일을 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까. 자원 봉사하는 방법이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학생들이 대학에 가기 이전에 직장이나 기관에서 봉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는 일하면서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다. 둘째는 일하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다. 셋째는 장래의 직업 선택에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이 이외에 사회의 일원임을 자각하도록 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에 변화를 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혜택이다.

성인들도 직업을 위해 어떤 기술을 연마해야 할 때는 무료 봉사할 수 밖에 없다. 무료 봉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는 격이다. 한 가지 특출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력이 있음을 말한다. 요즈음은 직종의 수효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으며, 새로운 직종을 창출할 수도 있는 세상이니 얼마나 좋은가. 소위 사회대학은 학과 수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습 효과는 일반 학교나 사회학교에서 올릴 수 있다. 학습 효과는 당사자의 능력에 따라서 그것의 질과 양이 정해진다. 당사자의 능력이란 마음이 열린 상태를 말한다.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일 때 더 많은 것을 만난다. 당사자의 능력이란 뜨거움을 말한다. 얼마나 열심히 부닥치느
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당사자의 능력이란 끈기를 말한다. 어느 일에 열중하되 질기고 오래 견디는 힘이 있어야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학습 효과를 올리면 그것을 알맞는 장소에서, 알맞는 시기에 활용할 것이다. 그게 어느 장소이고, 언제,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 지에 대한 결정 역시 학습 효과에 포함되는 과제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