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레방아

2006-12-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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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산골짜기를 흐르는 물이 쉼 없이 흘러,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물레방아의 물레(큰 나무바퀴)를 돌려놓고는 먼 바다를 향해 흘러간다. 물레 옆에는 소박하지만 주변 경관에 어울리는 방앗간이 있어 운치를 더 해 주고, 안에서는 쿵쿵 하는 공이질 소리가 계속되면서 한가하지 않으면서도 한가한 듯한, 시골 마을의 적막을 깬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정경은 아니지만 추억 속에 살아있는 아름다운 농촌마을의 풍경 중 하나이다.나는 물레방아를 생각하면서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본다.흐르는 물은 삶의 원천이 되는 힘이요, 물레는 바로 나 자신이고, 방아채와 방아채에 붙은 공이는 나의 노력이며, 찧어내는 곡식은 나의 삶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사람들은 삶의 원천이 되는 힘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혹자는 힘은 곧 권력이라 하고, 명예라 하며, 돈이라 하고, 지식이라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권력을 잡으려 하고 잡은 권력으로 돈을 챙겨 명예와 지식을 사고, 남은 돈은 자식에게 유산으로 남겨 계속 힘을 유지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유한한 것들이기 때문에 원천적인 힘이 될 수는 없다. 참된 힘의 원천은 바로 믿음이다. 권력, 명예, 돈, 지식이나 자식이 과연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물레의 일은 쉼 없이 활기차게 잘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물레에 해당되는 나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늘 정비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물레가 부실하면 물의 힘이 제아무리 좋아도 힘있게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겠다. 하늘의 뜻을 깨달아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를 높여야 겠다. 남의 이야기도 경청할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남에게 해가 되지는 않도록 살아야 겠다.

공이의 구실은 확 속에 어떤 곡식이 담기던지 주인이 원하는대로 찧어내야만 한다. 껄끄러운 곡식이나 매끄러운 곡식이나, 심지어 매운 고추라도 주인이 원하는대로 찧어야만 된다. 공이는 물레가 돌아가는 한, 쉴 수 없는 물레의 분신이다.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나는 정비를 철저히 하여 쉬지 않고 부어지는 힘을 낭비하지는 않았나? 찧어놓은 것은 주인을 흡족하게 했나? 지난 날을 돌이켜 보지만 대답은 역시 아니다. 하지만 공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다시 2007년의 새 날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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