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끼리끼리 문화

2006-1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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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2부 기자)

지난 주말 맨하탄에서 근무하는 한 친구가 전화를 해 왔다.
이민법 위반자와 이름이 비슷하거나 단지 서류 미비자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심 검문 및 단속을 당하는 합법 이민자 및 시민권자가 증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기사<본보 11월 4일자 A3면>를 본 후였다.

친구의 전화내용은 자신이 얼마 전 업무차 맨하탄 내 한 연방 정부에 들어갔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으로부터 과도한(?) 조사를 받았다는 불평이었다.당시 백인 직장 동료와 함께 조사를 받았는데 자신이 단지 외국인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친구는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를 겪은 사람은 이 친구뿐이 아니었다. 미전역에서 독자들이 기사를 읽고 자신의 경험담을 본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왔다.미국 입국 시 공항에서 조사를 위해 바지를 벗어야 한다는 사례부터 방과 후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공립학교를 방문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는 이야기까지 실제로 이와 같은 피해를 입는 한인들이 많은 듯 했다.

그러던 중 본 기자는 한국에서 보낸 한 이메일을 읽게 됐다. 자신은 10대 딸을 둔 40대 가장으로 최근 집 근처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 이주하면서부터 딸아이가 저녁에 집 밖을 외출하기를 꺼려한다는 내용이었다. 40대 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녁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거리를 활보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자신들끼리 이야기하며 젊은 여자들이 지나가면 이상한 눈빛으로 처다 본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 10대 여학생들이 이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의 주거지역 출입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이민자 단속. 단속자와 단속대상자가 뒤바뀐 이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 미국에서 우리 이민자 커뮤니티가 처한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우리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살고 있는 한인들이 아직까지 많기 때문. 그들 역시 아무리 성실히 살고 있어도 한국 거리에서 무리를 지어 자신들의 말로 떠들고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여하튼, 한인사회는 가능한 ‘끼리끼리‘ 문화만의 고집에서 탈피, 우리 문화를 지켜가면서 미 사회와 함께 동화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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