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들의 회색지대

2006-1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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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조선족)

회색이란 검은색과 흰색을 섞어놓은, 희지도 검지도 않은 색이다. 그래서 어떤 애매모호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것을 비유할 때 회색이란 말을 잘 쓴다. 이 때문에 이전에 중국에서는 회색분자란 말도 있었다.
이렇게 회색은 옳으면 옳고 틀리면 틀린 것처럼 시비가 분명한 것과는 거리가 한참 먼 색이다.

두뇌와 정신을 연구하는 어떤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남성들의 정신에는 흑과 백밖에 없는데 여성들의 정신에는 흑과 백 이외에 또 흑과 백의 중간색인 회색지대가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남성들은 모든 문제를 흑이냐 백이냐 하고 똑똑히 가르고 싶어 하고 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비로 싸움이나 전쟁을 쉽게 일으킨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들은 회색지대의 용량이 크
기에 어떤 때는 애매모호한 채로 잘 지내고 견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고부간에 갈등이 있으면서도 한 가정 속에서 천연스레 잘도 지내며 생활한다는 것이다.


이런 짓은 여러 동물 실험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멀쩡한 다리에 두껍게 깁스를 해 놓았더니 숫놈은 깁스를 벗기려고 밥도 먹지 않고 줄기차게 기를 쓰다가 목숨까지도 잃지만 암놈은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자며 태연하게 깁스한 다리를 끌며 그대로 살아가더라는 것이었다.그래서 똑같은 스트레스에도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잘 견딘다. 여자가 스트레스에 훨씬 강하다.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도 자신과 관점이 틀린 사람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기에 모든 타협과 협상에서 남자보다는 유리하다. 그래서 경제시대인 지금 협상과 타협에
능한 여자들의 가치가 남자들 보다 훨씬 높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다. 가정에서도 남자의 지위가 우위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가정의 주도권은 경제권을 비롯해서 대부분 여성이 쥐고있는 편이다. 여자들은 연약해 보이지만 범과 같은 남편이라도 요리조리 얼리고 비위를 맞춰주면서 잘도 다루고 있다. 남자들이 여성들 앞에서 잘난 척을 해도 여성들은 그것을 들어주는 척, 또는 건성으로 대답해 주면서 이리저리 원하는대로 몰고 간다.

정말로 남자가 범이라 해도 여자는 범을 다루는 조련사 같지 않은가?
옛날부터 여성은 시집 가면 가문의 풍속, 습관이나 음식습관등 모든 것을 시집 것으로 바꿔야 했다. 때문에 여성들은 변화에 적응하는 변화의 유전자가 발달했고 남자는 가문의 풍속이나 전통을 지키며 살아왔기에 남성들은 지키는 유전자가 발달했다고 한다. 아마도 여성들은 이렇게 부단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신의 회색지대의 용량이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변화 발전하는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가지고 변화에 능한 여성들의 지위와 가치는 높아만 가는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면에서만 우세인 남성들의 지위와 가치는 여성들에게 빼앗기고 대체되고 있다. 더우기 모든 것이 한국과 다른 미국에 이민 와서는 그것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는 정말로 여성들은 날고 남성들은 긴다.그렇지만...

남자들도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고 자신의 진가를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신에 회색지대를 만들어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변화의 유전자를 배양해 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변하고 또 변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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