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도의 별미 삼합(三合)과 한류 음식

2006-1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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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한류란 영화,드라마,음반을 축으로 게임 케릭터 산업 등 한국문화를 통해 확산, 발전하는 대중문화의 열풍을 말한다. 이러한 대중문화와 더불어 음식을 통한 한류 확산이 단순한 붐을 넘어 각국 도처에 문화상품으로 도약하고 있는 때에 지난 6월 유엔 한국음식 축제가 성황리에 열렸고, 9월 LA 한국문화원이 수백명 타인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음식에 관심이 단연 1위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금년 3월 미국 건강전문 월간지인 ‘헬스’가 한국의 김치를 필두로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커트, 인도의 렌틸, 일본의 콩식품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으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감사할 뿐이다.
삼합은 무술경기의 기합소리 종류가 아니고 한국인의 토종 민속 농주인 막걸리(탁주 또는 탁베기)에 제육의 삼겹살과 홍어를 쌈하듯 곁들여 먹는 것을 삼합이라 한다. 남도 지방에서는 결혼잔치나 상가에서 하객 또는 문상객을 대접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신비의 해선(海鮮)인 홍어와 제육이다.
육지의 모든 가금이나 날짐승 및 해산물 등은 부패되면 먹을 수도 없고 만약 먹었다면 식중독으로 생명이 촌각에 놓인다. 그러나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홍어 만큼은 부패(썩히다)할수록 톡 쏘는 맛의 강도가 비례하여 찔끔 눈물을 보이면서 먹어도 부작용이 전혀 없어 신비의 해선이라 불린다.


현재도 각국의 식품 연구가들이 첨단과학기술로 ‘부패식품 무해’ 원인을 발견코저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니 신비성만을 가중시킬 뿐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홍어는 얼마 전 호주의 악어 사육사가 물속에서 가오리 침에 찔려 죽은 사건이 있었던 그 가오리과에 속한다. 가오리는 꼬리가 길고 끝에 독침이 있으나 홍어는 상대적으로 꼬리가 짧고 독침이 없다. 홍어의 한 면은 흰색이나 가오리는 노랑색이다. 맛은 숫컷보다 암컷이 훨씬 좋으며 산란기인 6~12월 사이의 것은 최고로 친다.

또한 남해안의 흑산도 근해에 서식하는 홍어가 오리지날(맛)이다. 몇해 전만 해도 풍어(파시)기간은 10~5월이었으나 해경에서 중국의 홍어 쌍끌이 어선 집중단속 결과로 연중 어판시장(흑산도 경매장)이 열린다고 한다.
암컷은 꼬리가 하나이나, 숫컷은 3개로 이는 꼬리보다 약간 작은 20cm 크기 2개의 생식기가 꼬리 양쪽에 있기 때문이다. 암·수 홍어에 대한 맛이나 가격이 차이가 있어 판매상인들은 숫컷의 생식기를 절묘하게 절단, 암컷인 것처럼 팔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절대 불필요한 홍어 생식기에 빗대어 남도지역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에 ‘내가 뭐 홍어 ×이냐’는 말로 푸념하곤 한다. 소비자 가격은 kg당 8만원(경매장 6만원)으로 항상 쇠고기 값과 비슷하다.홍어 맛은 천하 일품이지만 미련한 어종이다. 낚시줄에 암컷이 물려 나오는데도 기대어 교미를 하다가 같이 잡혀 올라와 횡재하는 어부의 탄성도 가끔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미련한 여타 동물들은 어떨런지?(이상은 흑산도 수협경매장 관계자 설명임)끝으로 음식 천국인 홍콩 최고 국제 미식가로 인정받고 영화감독으로 홍콩문화 예술계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차이란(66세)씨의 일화를 소개한다. 중국내 맛의 고향으로 유명한 광둥성 출
신으로 음식 관련 책들을 비롯, 60권이 넘는 역사,인문책을 집필 서술했으며 수년 전 영화감독 시절 촬영차 한국을 방문할 때 홍어회와 막걸리(홍탁)를 맛보고 한국의 맛에 흠뻑 매료되어 시간만 나면 지인들을 대동, 내한하여 가는 날까지 홍탁 단골고객이 되는 등 홍콩 내 대표적 지한 인사가 되어 한국음식 홍보역할을 한 분이다.

홍콩에서 3박4일 방한여행 상품은 40만원 정도인데 금년 봄 300만원 여행상품에 지인들과 와서 목포와 흑산도 현지까지 찾아가 막 잡아올린 홍어와 막걸리에 푹 빠졌다고 하니 음식을 중시하는 홍콩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듯 하다.만일 필자가 차이란씨를 대면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한인사로 만든 홍탁의 역할이 75%라고 하면 제육 삼겹살을 곁들인 삼합은 100%로 참미를 맛볼 수 있는 남도지방의 진찬(珍饌)을 소개할 것이며, 같이 먹다 옆 사람이 넘어져도 모르고 먹는 ‘보리잎을 넣은 홍어애국’을 음미하므로 남은 여생을 더욱 한국음식으로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싶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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