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강건너 불 구경 아니다

2006-1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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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취재1부 차장대우)

지난 25일 퀸즈에서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둔 예비 신랑이 친구들과 총각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이들이 탄 차량이 표식을 하지 않은 미니밴 경찰 차량을 들이받자 경찰이 총기를 난사해 예비 신랑이 사망하고 친구들은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기를 소지하지 않은 민간인에게 경찰이 50발에 달하는 총격을 가한 이 사건은 뉴요커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은 물론 일부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경찰이 과잉진압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져줬다.
사건에 연루된 경찰 5명은 마침 성매매와 마약 단속을 위해 피해자들이 총각파티를 벌인 클럽 안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고 “벨 씨 일행 중 한 명이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말에 50발의 총을 무차별적으로 쏜 것이다.


결국 이들의 차에서 권총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목숨을 잃은 신랑과 친구들이 모두 흑인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과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은 지난 1999년 줄리아니 시장 집권 당시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 흑인이었던 아마도 디알로가 경찰이 쏜 19발의 총탄에 맞아 숨진 사건과 비교되며 ‘제2의 디알로’사건으로 커지면서 각 커뮤니티와 민간단체가 경찰의 해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보통 경찰의 총격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이전 정치인과는 달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공권력이 사용된 것 같다.

50발의 총탄이 발사됐다는 점은 나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사건 진화에 나섰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한인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하는 마음은 들겠지만 그래도 타 커뮤니티의 일인 만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유명한 인권운동 지도자인 알 샤프턴 목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도록 놔두면 안 된다. 우리 모두 그 자동차에 타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는 말을 언급했다.

경찰의 제일 임무는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특정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표적 또는 과잉 단속을 펼칠 수 없도록 따끔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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