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끝없는 한인사회 소송사태

2006-1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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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필라델피아)

2차대전 중 일단의 독일 장교들이 전쟁터에서 잠시 쉬는 동안 당구를 쳤다. 긴급히 연락병이 달려와 적의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알렸다. 장교는 연락병의 거듭된 긴급 보고를 뒤로 하고 열심히 당구를 쳐서 이겼다. 그러나 적의 공격을 제 때에 격퇴하지 못하고 때를 놓쳐 전투에는 패배하고 말았다.물론 일화이다. 군인이 전투에서 지고, 그가 하던 게임에서 이겼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뉴욕 어느 한인 지역한인회장 선거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한 후보가 법률적 시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나더니 결국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는 듯 하다.이곳 한인사회에 지난번 평화통일 무슨 자문회라는 단체에서 통일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공모했는데 그 심사결과 발표를 보고 여기에 응모했던 여학생 한명이 심사에 대하여 이견이 있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또한 한인회와 노인회 사이에 갈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기는 커녕 한인회에서 회장과 임원 몇 명이 개인 자격으로 노인회 회장을 비롯한 간부 5,6명과 지역 주간지 몇개를 상대로 ‘명예훼손’ ‘중상모략’(Libel and Slander) 그리고 오보에(Misrepresent)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6월 30일 필라법원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되어 이곳 D일보가 11월 7일자 1면 머릿기사로 다루었다.


2002년 초에도 새로 선출된 회장과 이사들 사이 갈등에서 시작된 법정싸움은 너희 민족들의 문제이니 너희들이 해결하라고 판사가 소송을 되돌려주는 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자기 현재 단체의 이름을 다른 단체가 사용한다고 이를 사용 못하게 하는 소송도 있었다.
이 모두 미국법에 의하여 한국사람 집안일을 결판 내겠다고 작심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과연 법정까지 가야만 해결이 나는 송사이겠는가를 생각케 한다.

한인사회에 지도자 격인 이런 사람들은 많이 배우고, 이민온 지도 오래되어 모두 기반을 잡고 미국사회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인격적으로도 한인회의 모범이 되는 인사들일 것이다.2차대전을 육박하는 전상자가 이르고 있는 이라크전쟁에서는 지금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름도 포함되어 알링톤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미국사회도 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이민 생활 터전에도 타민족들의 도전으로 많은 부분이 그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경쟁의 속도와 업종의 잠식 범위 또한 종횡무진이다.

대다수의 선량한 우리의 동포들은 열심히 일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이 광대한 미국을 이루는 일원으로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미래를 향한 우리들의 애초의 이민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인사회에서 벌어지는 우리들끼리의 법정싸움을 서재필 박사가 본다면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상투를 한 한국사람이 인삼 팔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움하는 것을 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서 매일 한국사람이 사는 집을 찾아가 화장실을 청소했다고 한다. 이러한 민족의 선각자들의 이름을 부르기가 부끄럽다. ‘XX 단속’하면 의례히 한국 젊은여성들이 등장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고 이로 인하여 우리들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일은 얼마였던가.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이루고자 하는 꿈의 전쟁을 하는 동안 앞에서 말한 독일 장교들의 당구게임의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법정싸움에서 어느 한편이 승리를 거둔다 해도 모두 상처만을 안게 될 것이며 이 지역의 선량한 많은 한국사람의 마음에도 어둠이 깔릴 것이다.
우리들에게 깊은 애정을 담고 있는 이웃 미국친구는 물론 이런 일을 손에 쥐었던 법관들의 깊은 사려는 과연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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