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의의 벨’을 울려라

2006-11-27 (월)
크게 작게
전종영(내과의사)

뉴욕지방에 피를 뽑는 괴상한 유사 의료행위가 등장했다. 이제 큰 의료종목으로 성업중이다.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대체의학이라고 말한다면 말도 안되는 단어다.본래 의학이 잘못되어 정규 의학이 잘못되어 보다 더 잘된 의료행위로, 정상적인 의료를 대체시키는 의학이 ‘대체의학’이란 의미인데 대체의학이란 미명하에 이런 피를 뽑는 행위는 돌팔이 행위이고 똥팔이 행위의 유사 의료행태라고 본다.

백혈병 환자의 배꼽에서 피를 뽑아내 버린다. 오십견이 와서 어깨를 사용할 수 없고 팔을 뒤로 돌릴 수 없는데 머리통, 어깨와 배꼽에서 피를 뽑아버린다. 공동 목욕탕이나 간판 없는 집에서뽑아낸 피는 솜에 묻혀서 비닐봉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슬쩍 버려진다.간염의 바이러스가 온통 여기저기에 흩어져 잠복된다. 이래서 한국인의 간염 유병율이 하늘로 치솟는다. 형편없는 불법행위다.이들 유사 의료행위는 습(濕)사혈(捨血)이라 부른다. 어느 때는 코구멍에서 피를 뽑아낸다. 흘러내리는 피덩이를 보여주며 귀신이 빠져 나갔다고 설명을 한다. 또 이 방법으로 혈병 고혈압을 고친단다. 뽑고 나면 시원하다는 것이 이유다. 고혈압이 물론 고쳐지지 않는다.
이를 볼 때 분노가 치밀기 보다는 어처구니가 없다. 하긴 이것이 한국인의 현주소일 것이다. 이들에 당하는 피해는 증명하기도, 또 처벌하기도 힘들 정도로 교묘하다.


40여세의 여성이 이가 아프고 팔,다리 손가락이 저려서 먼저 치과의사를 찾아갔다. 혹시 임플란트를 한 이빨이 고장났는가 알아보았다. 새로 넣은 이는 멀쩡했다. 이번에는 J라는 퀸즈의 한 대체의학자를 찾아갔다.
중풍이 오는 징조라고 해서 약을 두달분, 보약값으로 700달러를 지불했다. 침을 여러 차례 맞았다. 그러지 않아도 가족 중에 중풍환자가 있어 겁을 잔뜩 먹었다. 중풍이 오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으니 당연히 겁을 주면 겁을 먹게 된다.

침을 여러 차례 맞았지만 손발이 저린 것은 여전하였다. 사실 알고보면 간단한 것이었다. 손발이 저린 것은 20여년간 종사해 온 노동 탓이었다. 물론 중풍의 예비증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평범한 근육 문제였다. 물론 중풍이 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 사람들은 이렇게 유사 의료업자들
의 농간에 속고 있는 것이다.몸이 아프면 누구든지 이런 일을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나는 내 오피스를 찾아오는 그 수많은 피해자들을 그냥 눈 감고 넘어갈 수 없다. 그들의 처참하게 당해버린 모습을 보면 밤에 제대로 잠들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 대개 그들은 노동일을 하는 영세업자들이고 또 내놓고 앞에서 따지기도 힘든 그런 어려운 분들이다.

나는 미국 내과전문의사이자 침술의사 면허를 갖고 있는 양한방을 겸한 의사다. 이 유사 의료업의 변태행위를 모를 때는 그런가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아니다.따라서 이런 유사업자들이 눈을 속이고 어물쩡 지나갈 수 없다. 엉터리 돌팔이들이 속임수를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언제라도 정의의 벨은 울리게 마련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