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뉴욕한인회장은 아무나 못한다?

2006-11-24 (금)
크게 작게
김주찬(취재2부 부장대우)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일반인(?)들로부터 “사람들이 왜 한인회장을 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이 질문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인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일수도 있고, 한인
회장이라는 직책이 갖는 권한에 대한 궁금증일수도 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한인회라는 조직의 필요성을 막연하게라도 인정하지만, 한인회장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한인회장이 되면 어떤 이득이 있는가, 심지어 한인회장이 무에 그리 대단하냐는 식의 빈정거림도 섞여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한인회장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야심이나 명예욕 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하는 자리라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능력 있는 사람이 명예를 갖고 싶어서, 한인회장을 맡아 열심히 일한다면 개인적인 욕심을 탓할 이유는 없다.문제는 ‘자기 돈 내고, 자기 시간 투자하는’ 한인회장을 아무나 못하게 하는 것이다.
뉴욕한인회는 얼마 전 회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개정안 중 10년 이내에 한인회 집행부나 이사회, 특별기구 임원으로 2년 이상 봉사하지 않은 사람은 피선거권이 없다는 내용의 피선거권 조항이 논란이다.
한인회장이 되기 전에 한인회 활동을 경험한다는 취지지만 더 이상한 부분은 한인회 집행부가 포함하는 영역이 축소된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에 개정한 현행 회칙에는 집행부에 한인단체장연합협의회가 포함돼 있다. 한인단체장연합협의회는 지역, 직능, 종교, 봉사 및 여러 조직체 지도자들로 구성하는 협의체라고 돼 있다.그런데 이번에 개정하려는 회칙에는 한인단체장연합협의회 대신 지역한인회연합회로 대체됐다.
쉽게 말해 앞으로 한인회장이 되려면 뉴욕한인회에 들어와서 임원으로 일하든, 지역한인회장으로 봉사를 하든지 2가지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직능단체들은 발끈하고 있고, 다른 단체들도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은 듯 헛바람을 들이키고 있다. “한인사회 봉사는 자기들만 하나”라는 냉소적인 발언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한 직능단체장은 “그동안 뉴욕한인회는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한인들의 화합에 앞장서고 있다고 늘상 말해왔는데, 갑자기 한인회와 지역단체 따로, 직능단체 등 다른 단체 따로, 구분하며 오히려 한인사회를 분열시키는 듯한 행동을 꾀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무리 이번 개정안이 2009년부터 유효하기 때문에 특별한 의도(?)가 없다고 설명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일각에서는 현 뉴욕한인회장이 내년 4월에 다시 출마한다는 소문과 맞물려 본인 밑에서 일한 사람만이 그 다음 한인회장이 될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무엇보다 한인회장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단계를 거쳐 올라가야하는 공직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 같다. 또 뉴욕한인회에만 능력 있는 한인들이 모여 있고, 앞으로도 모인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