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주운전의 계절

2006-11-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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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식당이나 주점들이 만원을 이룰 정도로 성업중이다.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의 할러데이 시즌을 맞이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는 축제 분위기에 접어들고 있다.이런 계절이 오면 나는 남다른 씁쓸한 때를 맞이하게 된다. 형사법원에 일을 하다 보니 계절에 따른 형사범죄 혐의자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한인들 중에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계절이다.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는 것이 위험한 행동이라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고 이제 법적으로도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라는 분명한 ‘범죄’를 저질러 체포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한인들 중에는 거듭된 음주운전 혐의로 중범 혐의의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살이와 추방조치까지 받은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세월을 서러운 불법체륙 신분으로 살아오다가 드디어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었는데 음주운전으로 범죄 전과자가 되어 만사가 나무아미타불이 된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런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매도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이런 불행을 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 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그들의 모자라는 생각과 경솔한 행동에 때때로 ‘당해야 싸다’ 하는 울분을 느낄 때가 있다.지금 이곳의 사회 분위기는 술을 마신 다음에 감히 운전대에 손을 댄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고서야 생각하지도 말아야 할 지극히 위험한 일이 된 지가 오래이고 이에 상응하는 법의 제재 또한 엄청나게 강화된 형편이다.
우리 한인들도 물론 이런 분위기를 모르는 이가 없겠지만 그래도 그 ‘설마’하며 저지르는 불감증의 사람들이 아직도 부지기수인 모양이다.음주운전에 관해서 몇가지 상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로, 지금 법이 규정한 음주운전의 기준은 혈중 알콜농도 0.05% 이상이면 도로교통법에 위반되는 ‘운전기능 장애’ 혐의에 해당되고 체포 대상이 된다. 그리고 농도 0.08% 이상이면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음주운전 혐의가 되는데 한인들의 몸무게를 감안하면 맥주 2병이면 이런 수치에 이른다. 한인들의 체격으로 보아 흔히 생각하듯이 식사 중에 반주로 마시는 한 두잔도 안전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한인들의 체격으로 보자면 아무리 적은 양의 반주 정도라도 위법이 될 수 있음을 인식
해야 한다.

둘째로 안타까운 일은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 주변은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잠복경찰이 수 없이 깔려있는 악명 높은 곳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정황이 언론을 통해 수도 없이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잡혀서 들어온다니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셋째로 주의해야 할 일은 술이 깬 다음에 갈 거라고 차 속에서 잠을 자는 경우이다. 잠을 자는 사람은 모두가 추위 때문에 발동을 켜놓고 있기 마련이다.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규정은 차에 앉아있을 때 차의 열쇠가 꼽혀있으면 운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법 규정이다. 이 때문에 잠을 자다 잡혀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넷째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은 것은 경찰이 단속 심문을 할 때에 이에 잘 협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찰이 알콜 테스트 기기를 꺼내 불어보라고 하는 경우에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일수록 “내가 왜 이런 테스트를 받아야 하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면 경찰은 금방 이 테스트를 그만 두고 체포해 버린다. 알콜 테스트를 거절하면 자동적으로 유죄가 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로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경찰에게 질문할 권리는 물론 보장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한인들은 질문하는 태도가 아주 불손한 시비조의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필요 없는 고생을 자초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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