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뉴욕한인학부모협의회의 운영 정상화를 바라며…

2006-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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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인학부모협의회의 운영 정상화를 바라며...
이정은(취재1부 차장)

“협의회에서 봉사하겠다는 학부모가 없네요.”
얼마 전 본보가 보도한 현재 활동 중단 상태의 뉴욕한인학부모협의회 뿐만 아니라 대다수 한인단체나 기관에서 쉽게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도무지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사람이 회장직을 장기집권하기도 하고 몇몇 특정인들이 서로 돌아가며 임원을 맡는 일이 다반사다. 또는 야심차게 시작했다가도 초대회장이 물러난 이후부터는 이름만 내걸고 개점휴업인 곳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비슷한 성격의 유사 단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갈수록 봉사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정말로 봉사할 사람이 없을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여기서 질문의 방향을 한번 돌려 생각해보면 어떨까?

일할 사람이 없음을 탓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왜 아무도 자신들의 단체나 기관에 와서 봉사하려 하지 않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할 것이다. 진정 자신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한인사회를 대변하고 있고 초기 설립 취지에 맞는 범위내의 활동을 적절하고 투명하게 이어 왔는지도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뉴욕한인학부모협의회 경우 지난해 선출한 회장단이 두 달 만에 전원 사퇴하고 올 초 임시 회장단이 긴급 구성됐지만 지난 5월 스승의 날 연례행사만 겨우 치르고는 지금껏 제 구실을 못해왔다. 4월부터 운영된 핫라인도 초기 반짝 호응과 달리 관리부실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8개월간 약 50여건의 문의가 접수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한 달 평균 6~7개에 불과하다. 계산상으로 따지자면 한 주에 2건도 안 되는 학부모들의 문의를 도저히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은 어디까지가 핑계인지 애매모호하다.
올해 한인사회에는 학부모협의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교와 한인학생 관련 각종 사건사고가 유독 많았다. 협의회가 자녀교육에 관한 학부모의 문의에 답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뉴욕 한인 학부모들의 힘을 결집하는 구심체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볼 때 그간의 방만한 운영은 아쉬움을 남긴다.

뉴욕한인학부모협의회가 일부의 비판처럼 더 이상 스승의 날 행사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로 이미지가 굳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침내 오는 29일 정기총회를 열기로 한 협의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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