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을 잉태하는 감사

2006-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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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감사! 참으로 내게 겸허함과 따스함을 주는 단어이다. 우리의 마음과 삶 속에 이 감사라는 단어가 있다면 그 삶에 깊이 또한 느낄 수 있어질 것 같다.추수감사절이다. 형식적인 감사절 헌금보다 하나님은 그 마음 깊은 곳에 감사함이 자리잡은 삶을 더욱 기뻐하지 않을까? 365일 순간 순간 감사의 마음이 삶의 중심을 탄탄히 잡고있어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당당히 삶을 이겨내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감사의 삶이 아닐까?

우리에게 허락한 모든 삶, 자녀, 직장,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저 내가 처한 상황 모든 것, 살아있음에 감사해서 눈물어린 기도의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랑으로 감사를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감사가 아닐까?
지난 16년간 한인청소년들과 가정들의 아픔과 고통의 마음을 듣고 보아온 나는 왜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나는 삶에 대해 조금도 불평을 할 수도, 권리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불평을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내겐 ‘죄이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난 청소년들과 가정들은 내게 그것을 가르쳐 준 선생인 것이다. 그들의 고통, 아픔, 절망, 혼란, 눈물들을 보며 나는 그것을 눈물로 태워왔다. 그들이 당면한 문제들의 심각성은 한 인간의 삶 자체를 송두리채 흔들 뿐만 아니라 가정 전체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쁘고 해맑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교도소에 수감되는 경우들, 몸과 마음, 영혼까지 악마에게 바치듯 상습적인 마약 속에서 자신과 가정을 마구 상처내는 청소년들, 어린 13,14세 여자아이들이 어른들도 상상할 수 없는 이성과의 습관적인 난잡한 성생활, 이러한 기가 막힌 상황 속에서 절망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최선으로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을 제시하며 그들에게 그런 상황과 조건을 딛고 감사가 회복되어지게 하는 일은 참으로 힘들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감사는 우리의 삶이 삶 되게 지탱해 주는 원초적 힘인 것이다. 그들의 혼란과 절망으로 인해 함께 우울하기도 했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삶의 자리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들(그들은 나를 엄마처럼 대해 준다) 결혼해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언제 내가 그런 수렁에 있었느냐는 듯한 의젓한 삶, 가정과 사회를 혼란하게 했던 그들이 미국을, 그들의 가족과 부모를 지키는 의연한 군인이 된 아이들, 은행원, 간호원, 선생님, 직장인들이 되어 건강한 삶을 보여주는 그들은 내가 늘 감사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나의 가장 중요한 감사의 조건들이다.

한인사회 곳곳에서 그렇게 사회의 한 일원으로 기둥이 되어 살아가는 그들을 볼 때 내가 당면하는 오늘이라는 시간에 내게 또 다른 우울한 사건들로 다가오는 다른 이들을 만날 때마다 절망과 낙담으로 구부러지려는 나의 무릎을 곧추세우게 하는, 그래서 그들의 미래를 그려보며 희망과 꿈으로 다시 도전하고픈 용기와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는 생명을 잉태하는 원료가 된다”고 말하고 싶다.
며칠 전 나는 또 다른 감사를 만났다. 정말 묘한 연유로 연결이 된, 얼굴도 보지 못한 29살의 자매의 전화를 교도소로부터 받게 되었다. 너무도 딱화고 급한 사정과 연고자도 없는 상황에 1,500달러의 보석금을 지불 못해 불안과 공포로 울먹이며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2,3일간 나는 목에 무엇이 걸린 양, 뒷덜미가 누구에게 잡힌 양, 마음이 마음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도하던 중 한 교회 목사님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전화를 드렸다. 자초지종을 간단히 얘기하고 “목사님, 한 사람 살려주셔야 겠어요. 보석금 1,500달러가 필요합니다”라고 하자 여러번 묻지도 않고 힘있게 승락해 주셨다. 16년 동안 일허게 단도직입적으로 누구에겐가 돈을 부탁한 것은 내게 처음이었다(그만큼 시일이 촉박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하나님에게 감사드렸다. 허락해주신 돈 때문이 아니라 한 초라한 인생의 생명의 가치를 소중이 여길 줄 아는 목사님의 사랑이 내게 감사로, 그리고 그 감사가 생명으로 전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생명의 힘을 가지고 또 다른 소외되고 힘없는 이웃들을 위해 기꺼이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이렇게 진정한 감사는 생명을 잉태하는 힘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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