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중간선거를 보면서

2006-11-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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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뉴욕 뉴저지 유권자센터 사무총장)

2006년 미국의 중간선거는 모든 열세를 뒤집고 민주당의 절대적 압승으로 끝났다. 2년 전 부시대통령의 재선 이후 책사 칼 로브는 앞으로 30년간 공화당이 장기집권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공화당은 승승장구하였고 민주당은 끝을 알 수 없는 패배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2년만에 완전히 전세는 역전되었다.
당시 의회 상하 양원과 행정부를 완전히 장악했던 공화당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자신들의 생각만을 법제화 하고 자신들의 방식만을 상대에게 요구하였다. 그 결과 다양성이 지배하던 미국사회는 전쟁 찬반을 놓고 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분열되었다.

미국에 살고있는 이민자들의 사회는 위축되었고,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는 특정지역 출신의 이민자들은 아무런 체포영장 없이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갔고 변호사의 접견도 불허되었으며 상당수는 추방되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사상 최고로 많아졌고 극빈자들을 위한 재원들과 노인
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는 급격히 축소되었다.
또한 미국은 전세계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친숙한 우방이었던 유럽과는 얼굴을 붉혔고 동북아의 가장 절친한 동맹이었던 한국에 대해서는 이라크에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군대를 파견했음에도 미국의 해외 병력 재배치라는 전략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한미연합사를 해체한다고 선언하였다.


유럽 전체와 등을 돌려도 영국이 중요하고 아시아 전체와 등을 돌려도 일본이 중요하다는 미국의 신전략을 관철하고자 하는 네오콘의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전횡은 급기야 공화당을 비롯한 온건 보수이념 마저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사회는 다양한 이념적인 입장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국가나 사회의 미래를 개척하는 지도자는 이러한 입장들의 차이를 모아 공통점을 찾아서 합의하고 자신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항상 대화하고 공통점을 찾아서 나아가는 조화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조화를 거부하고 어느 하나가 일방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결국 사회는 대립이 격화되고 상처를 입게 되고 절름발이가 된다. 극단이 판을 친 이후의 모든 피해는 시민들이 지게 된다.
네오콘을 위시한 공화당 강경세력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나약하게 보였다.

민주당은 네오콘에 대항하여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기 보다는 대체로 행정부와 공화당과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제스처만을 취했다. 미국시민들에게 민주당은 강경 공화당의 정책과 접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힘의 열세로 인해서 시민들의 의사를 관철하지 못했다는 전술을 택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었다.
또한 미국이 직면한 외교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첫째, 앞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라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째 조건이 주변국 이란과 시리아의 관계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이들은 대화도 할 수 없는 악의 축이라 규정했다. 이것은 전술이 아
니라 이념이었다. 문제는 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이념을 바꾸어야 한다. 결국 이라크를 중심으로 하는 중동문제는 미국의 힘으로 재편할 것인가 아니면 대화로서 꼬인 문제를 풀 것인가이다.

둘째, 북핵 문제이다. 이 문제는 민주당 의회가 들어서도 크게 진전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의 문제는 계속 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북이 계속 대결하는 동안 북의 핵 창고에는 계속해서 핵무기가 쌓이고 일본의 핵무장, 대만의 핵무장, 남한의 핵무장으로까지
가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처한 난제 중의 난제가 북한문제이다. 미국이 전세계를 동원하여 북을 왕따시키는 동안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실질적인 무력을 개발하고 증강시키고 있다.이제 민주당 의회는 이러한 국내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08년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뿐 아니라 미국이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미국의 현실을 극복하고 강대국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서, 민주당 의회는 네오콘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했던 공화당 의회와 행정부가 남긴 미국의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대결은 파괴를 부르고 조화는 창조를 만들어낸다 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의회 다수당 자리를 탈환한 민주당의 생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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