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민족 축구대회를 치루고

2006-11-20 (월)
크게 작게
김만길(뉴욕대한체육회 부회장)

다민족 축구대회가 지난 11월 12일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팍에서 뉴욕대한체육회 주최, 뉴욕대한축구협회 주관으로 오전 8시부터 시작하여 4시30분 막을 내렸다. 이 대회에서는 파라과이 팀이 챔피언 우승컵인 ‘코리아 컵’을 차지했다.

2년 전 제 1회 대회 때는 6개국이 참가하여 축구인들만의 열띤 행사였던 감이 있지 않나 하였었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에 치러진 제 2회 대회는 참가국 선수나 경기 내용, 참관하는 응원 인원 등 모두가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인의 한 사람으로 보람을 갖게 되었다.제 1회 대회 때는 한국이 월드컵 4강(2002년)에 오르는 신화에 온 국민의 열기가 이곳 뉴욕동포들에게까지 고향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었다. 그 때 붉은악마의 응원을 잊지 않기 위해 체육회 임원과 축구인들이 이곳 뉴욕에서만이라도 뜻있는 지표를 마련하여 지속적인 열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뜻으로 다민족이 참가하는 ‘코리아 컵’이란 타이틀로 이 대회를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뉴욕이라는 대도시는 마음만 먹으면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곳곳마다 잘 발달되어 있어 우수한 시설을 마음껏 활용할 수가 있고 누구나가 다양한 운동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란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남미 등 다양한 민족이 이웃이 되어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들은 축구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축구 사랑은 가히 어느 누구와도 비교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제 2회 대회의 참가국을 보면 한국, 에콰도르, 볼리비아, 중국, 혼두라스, 과테말라, 페루, 파라과이, 멕시코, 보고따(혼합팀) 팀들이다. 이들 나라의 청장년 선수들을 향하여 개회식에서 뉴욕대한체육회 회장 정경진, 한인회장 이경로, 문화원장 우진영, 체육회 이사장 김원호, 모두가
이러한 계기를 통하여 서로를 알고, 서로를 돕고,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자 각국 참가선수단 대표들은 이렇게 한인사회는 기관장들이 뒤에서 열심히 뒷받침 해주니 너무나 부럽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할 때는 힘이 되어 솟아나는 것도 같았다.

특히 체육회 김원호 이사장은 다음 대회부터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보다 질을 높여 나가겠다고 힘차게 강조하자 중남미 대표들은 환성을 지르며 멋있는 경기로 답하겠다고 했다.
대다수 선수들의 열성은 새벽부터 공원에 나와 몸을 풀고 자기네 나라 기를 내걸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주최측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바람은 무엇이었던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젊은 청장년들의 끓는 피와 정열, 이웃과 경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승화할 수 있도록 만든 우리의 조그만 이 대회가 보람된 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이곳 뉴욕에는 수많은 민족이 모여 살기 때문에 더더욱 타민족 사회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찾아나서지 않으면 우리를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마침 일요일이라 이른 아침부터 공원에 산책을 즐기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회의 안내문을 보고 다음 대회 때는 자기네 나라 팀도 참가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콜롬비아도
2개 팀이 출전하겠다고 신청해 왔지만 시간상 해가 일찍 저물기 때문에 게임을 다 소화할 수가 없어 거절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엘살바도르는 너무 과열된 나머지 2개의 팀이 동시에 유니폼을 입고 나와 어느 팀이 정식 등록된 팀인지 본부석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워 자기들 스스로 대표팀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하는 일도 있어 저마다의 열기가 대단함을 보여주는 해프닝도 일어났다.인조잔디 축구 경기장이지만 늦가을 추위속에 더우기 흐리고 바람 불고 많은 비가 내린다는 기상 통보로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챔피언전 바로 전에 차가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본부석에서는 승부차기나 혹은 시간을 반으로 줄여 일찍 끝내고자 설득했지만 참가국 선수들이 규정대로 하자고 어리광 부리듯 항의를 해오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경기를 계속한 결과 어둠 속 수중전에서 파라과이가 챔피언이 되었다. 한국이 준우승, 페루가 3등, 중국이 4등을 하였다. 이들이 우승컵과 상금을 받고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코리아’를 외치며 서로 부둥켜 안고 축하인사를 나눌 때 주최측으로서의 감회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보고파에서는 히스패닉계 신문에 자체적으로 이번 대회를 위해 대대적인 광고를 하여 중남미인들의 관심이 고조되었지만 아쉽게도 정작 한인사회의 대다수 업주들이 히스패닉계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좋은 계기가 고용주와 피고용주, 노사간의 화합 차원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

폐회 선언 직전 비를 맞으며 찾아온 엘렌 영 뉴욕주 하원의원이 참가한 선수들을 향하여 격려를 하였으며 모두가 이웃이 되어 다음 대회에 만나자고 하자 선수들은 환호와 힘찬 박수로 답하고 터지는 사진기 플래쉬에 모든 이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아쉬움을 남기며 끝을 맺음으로써 또 하나의 새로운 ‘코리아 컵’이라는 브랜드를 우리는 미국에 심어가고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