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누가 이민생활을 고달프다 하는가

2006-1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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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경제력이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나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세계의 최고 갑부가 누구이며 500대 부자에 누구 누구가 들어간다고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런던에 있는 한 회사가 월드뱅크 개발연구 그룹의 자료를 이용하여 이 질
문에 대한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계 60억 인구의 연평균 소득은 5,000달러이며 하위 10%는 400달러, 상위 10%는 2만5,400달러이다. 또 연소득이 4만7,500달러만 되어도 상위 1% 안에 들어간다. 이렇게 볼 때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대부분 상위 1% 안에 들어가는 부자들인 셈이다.

만약 소매업을 하여 연소득 20만달러가 된다고 하면 상위 0.01%(78만6,570명) 안에 드는 초상위 그룹에 들어가게 되고 미국에서 극빈자로 웰페어만 받아도 상위 13% 안에 들게 되니 고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순위는 어린아이와 노인 등 비노동 인구까지 포함한 경우이며 물가와 소비수준을 감안하지 않은 절대수치이다. 어쨌든 미국에서 극빈자가 세계 수준으로 볼 때 상위권에 들어간다면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경제생활이 그만큼 윤택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살기 좋은 것은 소득 수준이 높다는 것 뿐만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의 공급이 풍부하다는 것도 또 한가지 장점이다. 예를 들어 유럽지역처럼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도 물자의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비싸고 심지어는 제 때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소비가 미덕이란 말이 있지만 정말로 미국의 소비생활은 지나친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생활에서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회환경을 들 수 있다. 누구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다른 사회에 비해 공정한 경쟁의 원리가 잘 지켜지고 자기의 마음대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여 살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인종차별이라는 문제가 아직도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다른 사회에서 겪는 문제들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처럼 강제수용소로 인권을 탄압하고 남한처럼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멸시하고 무시하는 일은 없다. 오래 전 한 탈북자를 인터뷰 할 때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북한에서 탈출하여 남한에 왔을 때 천국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에 와 보니 이곳이 정말 천국이었
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이민생활이 고달프고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 스스로 그런 말을 하다 보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우리 이민자들을 불쌍한 사람들로 여기고 있다. 고국을 떠나 사는 것이 고국에서 사는 것보다 편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에 와서 살고있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고국에서 사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해서 미국에서 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수많은 멕시칸들이 목숨을 걸고 밀입국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 미국생활이 고달프고 불쌍하다면 잘못된 말이다.

지금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 가운데 힘겨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체자로 지내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여 곤란을 겪고있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이민 초기에 누구나 겪는 어려움들이다. 그것은 미국에 정착하는 한 과정일 뿐 미국생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의 인생살이에서 고비 고비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곤란과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입시공부를 해야 하고 고시와 자격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남이 하지 않는 공부를 해야 한다. 하물며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와서 삶의 뿌리를 내리는데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처지에 있든지 소득이 높고 사회환경이 좋은 미국에 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60억 인구의 상위권에 들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이 이런대도 누가 이민생활을 고달프다고 하고 불쌍하다고 하는가. 우리는 스스로 그런 자조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그런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잘 살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있다. 지금이라도 www. globalrichlist.com 을 클릭하여 세계 60억 인구 중 내가 상위권이라는 것을 직접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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