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모기지 교훈 No. 1: 집은 현금 금고가 아니다

2006-1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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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이 올랐다고 에퀴티를 근거로 쉽게 돈을 꺼내 썼던 홈 오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만하게 꺼내 쓴 에퀴티 론 이 큰 액수로 불어났고 적용 이자율이 쑥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다. 쉽게 봤던 에퀴티 론이 발목을 잡고 가정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7년간 이자율이 기록적으로 낮았던 시절 홈 오너들에게 에퀴티 론은 공짜 점심 같은 것이었다. 넉넉하게 올라간 에퀴티를 현금으로 꺼내 써도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월 페이먼트는 거의 비슷했다.

공짜 점심처럼 홈 에퀴티 뽑아 썼던 홈 오너들 ‘발목’
이자율 오르고 현금 인출액 불어나 페이먼트 큰 부담
부득이한 경우 캐시 아웃 재융자와 에퀴티 론 중 선택

공짜와 같은 점심을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 홈 오너들은 집이란 돈창고에서 현금을 마구 꺼내 썼다. 집을 더 멋지게 업그레이드도 하고, 차도 사고, 심지어 에퀴티에서 돈을 꺼내 투자은행에 돈을 맡겨 차익을 챙기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현금이 잔뜩 든 주택이란 돼지 저금통을 거꾸로 들고 안에 든 돈이 쏟아져 나오게 흔들어 대는 모습이었다.
1999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전국의 홈 오너들이 재융자와 홈 에퀴티 론을 이용해 인출한 에퀴티는 무려 2조6,200억달러였다. 에퀴티 인출은 최근 주택경기가 식고 이자율이 크게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멈출 줄을 모른다. 여전히 기록적인 페이스로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첫 6개월 동안 캐시 아웃 재융자와 홈 에퀴티 론을 통해 511억달러 이상이 인출됐다. 에퀴티 인출이 최고로 많았던 2005년 한해동안 인출됐던 액수보다 더 많다.
특히 3분기 중의 에퀴티 인출은 90년대 이후 그 어떤 분기보다 높다. 적용 이자율이 한층 높아져 월 페이먼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금 인출은 오히려 더 많다.
이자만 내는 모기지(interest only mortgage)의 적용 이자율이 상향조정되는 시점이 다가와 재융자가 봇물처럼 이뤄지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필요한 현금을 에퀴티로 해결하려는 홈 오너들이 여전히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디스의 Economy.com의 주택경제분석가 셀리아 챈은 “많은 가정이 에퀴티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에퀴티를 여전히 많이 뽑아 쓰지만 그 비용은 이제 상당히 높다. 프리 런치는 전혀 아니며 많은 홈오너들에게는 이미 고통스런 수준이다.
돈이 필요하면 홈 에퀴티를 뽑아 써라는 조언을 던지는 재정상담가들도 이젠 거의 없다. 예전에는 캐시 아웃 재융자를 해라고 권했지만 지금은 반대다.
에퀴티를 온전하게 그대로 내 버려두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그 조언은 수정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집값이 오르지는 못할 전망이기 때문에 에퀴티를 손 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홈 에퀴티를 전부 소진시켰다가는 만약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주택가치보다 더 많은 모기지를 갚아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집을 팔아도 수중에 돈이 떨어지기는커녕 돈을 더 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융자기관들도 주택 감정을 아주 짜게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도깨비 같은 에퀴티에 더 이상 예전처럼 후하게 감정을 해주지 않는다. 융자에 아주 신중해졌다.
이자율도 높아져 에퀴티에 손대지 않는 것이 최상의 정책이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면 캐시 아웃 재융자와 에퀴티 론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퍼스트 모기지를 재융자 받는 것이 나을까, 퍼스트 모기지는 그대로 두고 홈 에퀴티 론을 추가로 얻어 현금을 인출하는 편이 나을까. 전문가들의 견해도 똑같지는 않다. 자세히 검토를 해보자. 2차 모기지인 홈 에퀴티 론은 일차 모기지보다 위험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이자율이 우대금리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 보통. 현재 대략 9%에서 10.25%로 빌려준다.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6% 선인데 비하면 상당히 높다.
아주 낮은 이자율의 퍼스트 모기지 론이 있는데 더 높은 이자율로 재융자 받으려면 손해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에퀴티론을 추가로 얻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5%에 받은 모기지가 있는데 이를 버리고 6%로 재융자 받아야 한다면 속이 상할 것이다. 그러나 페이먼트를 못하게 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기존 1차 모기지 이자율이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낮다고 해도, 2차 융자(에퀴티 론)를 합한 페이먼트가 감당하기 어렵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못된다.
적용 이자율이 약간 높지만 새로 퍼스트 모기지를 재융자 받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기존 퍼스트 모기지의 낮은 이자율과 에퀴티 론의 높은 이자율을 섞어 중간의 이자율이 된다.
앨리맥 모기지 서비스사의 닐 스웨렌은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첫 10년간은 이자만 내는 30년 모기지 론를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보자. 수년전 42만5천달러의 1차 융자를 받았고 지금 주택의 가치는 62만 달러가 된다. 이 집의 오너는 집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7만5천달러를 써야 하고 10년쯤 이 집에서 살 계획이라고 하자. 이 홈 오너가 필요한 7만5천달러를 에퀴티 론으로 빌린다고 하면 추가되는 월 페이먼트는 562달러.
원래 1차 론은 30년 고정 5.5%인데, 42만5천달러에 대한 월페이먼트는 2,413달러. 7만5천달러를 묶어 50만달러를 6.5%로 재융자 받으면 퍼스트 모기지 월 페이먼트는 이자만 내는 첫 10년 동안은 2,708달러가 된다. 예전의 모기지보다 월 페이먼트가 295달러(12%) 더 는다. 이자만 내는 모기지가 아닌 보통의 30년 모기지로 재융자 받는다면 늘어나는 페이먼트는 452달러가 된다.
11년째 되는 해에는 페이먼트가 3,727달러로 쑥 늘어나 그 이후 20년 동안을 그 액수를 내게 된다. 보통 30년짜리보다 월 567달러를 더 내야 한다.
썩 좋아 보이는 방법은 못된다. 재융자든 에퀴티 론 추가든 이자율이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방도가 없을 경우의 차선책이다. 최선의 방책은 에퀴티에 손을 대지 않는 것임은 물론이다.
한편 경제분석가들은 에퀴티 인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택 가치가 1천달러 변할 때마다 소비지출이 20달러 영향을 받을 정도로 그 영향은 즉각적이다.
주택시장은 주식시장보다 2배이상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에퀴티를 뽑아 쓰는 비용이 비싸진 것은 내년, 나아가 2008년의 소비 지출을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지출에 대한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주택 리모델링 지출이 크게 둔화됐다. 하버드 대학 주거연구소에 의하면 지난 12개월 동안 홈 오너들은 리모델링 지출을 1.6% 더 늘리는데 그쳤다.

<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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