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어 SAT II 10년을 돌아보며

2006-11-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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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전 재미한인학교협의회 회장/현 에리자베스한국학교 교장)

지난 11월 첫째 토요일(4일)은 미국에서 한국어가 대학입학시험의 SAT II 외국어과목으로 채택되어 시험을 실시한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1997년 11월 첫번째 시험을 앞두고 성공적인 시험(응시자 확보,응시자의 좋은 점수)을 위해 마음을 졸이며 준비했던 10년 전과 10년 세월을 지내오며 모든 면에서 순조롭게 발전되어 왔음에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안도와 보람을 느낀다.

특히 본고사 6개월 전 4월 셋째 토요일과 일요일에 재미한인학교협의회가 전국 규모로 10년 동안 모의고사를 실시하여 응시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길잡이가 됨과 동시에 동포사회에 한국어 열기를 불어넣기 시작했고 재미동포들에게 큰 긍지를 갖도록 하였다.
또한 한국어 관련 기관이나 개인이 꾸준히 연구를 거듭하여 시험준비를 위해 예상문제집이 출판된 것도 큰 수확이다. ▲재미한인학교협의회(1997년 제 1집, 2001년 제2집, 2005년 제3집) ▲미주한국학교연합회(2002년) ▲SAT II 한국어진흥재단 2003년 ▲뉴욕한국어교육원 1997년, 정인숙 2006년 등.


UCLA 동앙계 교수들이 조직한 아시안 언어위원회(Task Force on Asian Languages)는 유럽 중심의 교과과정의 부당성을 꾸준히 지적해 오며 국제적 위상과 비중이 큰 일본어(1993년)와 중국어(1994년)를 외국어 과목으로 포함시켰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상이 약하다
는 것을 인지한 SAT II 한국어채택위원회(회장 장태한 교수)는 한국어 채택은 단순히 언어시험이 아닌 재미한인 2세들의 정체성 확립 및 다민족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발판을 구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득하며 동시에 약 1만5,000명의 청원 서명을 받아 칼리지보드에 전달했다.
또한 그들이 요구한 지원금(시험개발 비용) 50만달러를 모금하기 위해 재미한인학교협의회(NAKS)의 12개 지역협의회를 주축으로 모금을 펼쳐가던 중 삼성이 전액을 기부해 주어 실로 역사적인 업적을 이루었고 전국에서 모금된 후원금을 바탕으로 SAT II 한국어진흥재단이 발족되었다.

미국에서의 SAT II 한국어는 단순히 인문계 수험생들이 누리는 혜택 이외에도 초중고등학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됨으로 한국계 학생 뿐만 아니라 비한국인에게도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1966년까지 LA와 NY을 합쳐 16개 고등학교에 한국어반이 있는 정도였으나 현재 58개 학교에 199개 반으로 증설되었다(한국어진흥재단 통계).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AP과목으로 이미 선정된 불어, 독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 채택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어를 배울 촉매제가 추가되는 셈이다.또한 한국인이 살고 있는 모든 국가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인에게 차별을 해온 일본이 그 이듬해 한국어를 대학입시 외국어 과목으로 포함시키게 되었다.

“지구 무게 중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국제적 추세이며 미국정부도 한국어를 미국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핵심전략 언어 중 하나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한인 학부모들의 의식을 완전히 깨우치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다.

▲한국계 응시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인정해주지 않는다거나 ▲한국어가 다른 외국어 보다 하향평가되므로 한국어반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잘못된 소문 ▲응시자가 적으면 시험이 폐지된다는 소문 ▲포트리초등학교에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을 개설하려던 계획이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뉴욕의 PS 32초등학교는 간신히 성공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주말한국학교는 여전히 아동들을 학교로 오게 하는데 힘들고 학교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조국 대한민국의 경제적 발전과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를 타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한국어가 세계에 우뚝 서기를 바라며 SAT II 한국어가 그 바탕을 굳게 받쳐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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