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랑한다는 말

2006-1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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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투병생활을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고 부인과 자녀들에게 완성된 사랑을 보여주는 내용을 잔잔히 담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겪어 가족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주인공 최장수는 극 초기 가정을 등한시한 이유로 이혼을 당했다. 그러나 아이들과 떨어져 살면서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와의 꿈속 만남을 통해.


이혼을 당한 최장수는 꿈속에서 혼자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골든벨’을 울리고 손님들에게 맥주를 공짜로 돌리는 한 청년과 만난다. 경찰이라는 같은 직종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로 친해진 청년에게 장수는 “자식은 뭐 하러 낳는가, 죽으면 다 끝장인데“라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청년은 “설령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더라도 아이들이 아버지에게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만 잊지 않는다면, 아버지는 자식들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게 아닌가”라고 대꾸한다.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는”이라고 말하는 장수에게 청년은 “사무치게 그리워하면 한번쯤 나타나지 않을까? 먼저 간 게 미안하고 또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꿈에서 깬 장수는 옛 사진을 보고 꿈속의 청년이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죽어서도 자신을 잊지 않은 아버지의 사랑에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도 이 드라마를 본 직후 아버지에게 안부전화를 바로 할 정도로 이 내용은 절절히 마음에 다가왔다.

지난 31일 30대 한인 남성이 생후 2개월 된 딸을 폭행한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투명인간 최장수’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운다고 아기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흔들며 다리까지 물은 남성, 그리고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해 뇌손상을 입은 치유여부가 현재 확실치 않은 아이. 아이가 완치되더라도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왔다. 기억을 못하더라도 아버지 없이 살아야 하기에...또 평생을 두고 불쌍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로 보는 사람들로 인해...

흔히 한인들은 모성애에 가려져 부성애는 그리 부각되지 못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어머니, 아버지 둘 중 누가 아이를 더 사랑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만큼 누구나 자신의 자녀라면 말썽꾸러기든, 얼굴이 못났든 다 똑같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한인들은 아이들을 위해 온 몸을 바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관심을 보여주기 힘들 때도 많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사랑한다는 말일 것이다. 오늘 하루는 아이의 눈을 보고 한번 말하자!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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