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의 멋과 맛

2006-11-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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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박(법학박사)

우리의 인생을 수수께끼에 비유하여 생각해 본다.
수수께끼란 머리를 짜내어 답을 추리하거나 수수께끼의 속임수를 찾아내는 것이 본 뜻일텐데 그것을 참지 못하여 답부터 알려 하는 사람과 답을 찾아내려는 사람의 두 형태가 있다.이 세상살이를 하는데는 답을 빨리 알려는 형태의 사람들이 대체로 성공하고 답을 자력으로 찾아내려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성공을 못한다.

그 이유는 불행하게도 세상에는 시간이 주어져 있어 시간 안에 답을 얻어야 되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정답이라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수께끼도 답을 미리 알아야 하지 그것을 머리 싸매고 답을 알려하면 늘 2등 밖에 되지 못한다.흔히 하는 말로 학교 때의 우등생이 사회에서는 낙제생이란 말이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영어로는 학교 때의 우등생을 ‘Book Smart’라고 하며 그 때 그 때
답안을 빨리 아는 사람은 ‘Street Smart’라고 한다. 그것을 ‘황소형’과 ‘여우형’으로 보면 비교가 된다.


‘여우형’은 동작이 빠르고 그 때 그 때에 적응을 빨리 하는 단거리 선수라고 하면 ‘황소형’은 캐고 따지고 하느라고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장거리 선수라고 할 수 있어 소위 사회에 나가서는 우등생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황소형은 그와 비슷한 일을 다시 부딪쳐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어 오히려 빨리 할 수가 있으며 여우형은 또다시 답을 어깨너머로 알아야 한다. 하기는 여우형도 답답해서 아예 싹쓸이를 하는 ‘강도형’도 있다. 이것은 부정을 하거나 편법을 이용해 맛이고 멋이고도 없이 덮어놓고 그냥 쓸어오는 것이다. 대통령 중에도 몇몇이 그랬고 대기업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생을 사는데 어떠한 형태로 살아야 하나. 어쩌다가 한번 일어날지 모르는 일들을 가지고 머리를 싸고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일어나는 일을 그 때 그 때 쉽게 답을 어깨너머 눈치로 배워서 매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한번에 답을 얻으려는 ‘강도형’ 부류가 있다.

그러면 능률 면에서는 그렇고 질적인 면에서는 어떠한가. 황소형은 마른 밤(黃栗)을 씹는 맛이다. 처음에는 맛도 없고 씹기가 어려워도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오고 밤의 참맛을 음미할 수 있으나 여우형은 가려운 등어리 긁듯이 즉시에는 시원하나 또 다시 긁어야 한다. 강도형은 맛도 멋도 없이 배만 부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 것은 누가 막을 수가 없다. 그러나 기다림에 인색한 인간의 본성에 기한 것이 아닌가 본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생선회 통조림’이 나오게 되고 ‘가마 타고 등산’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

등산은 땀 흘려서 숨이 차게 산을 올라가야 하며 생선회는 펄떡거리는 생선을 낚시로 잡아 회를 떠서 먹어야 되지 멋과 맛을 잊어버린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몰라도 골고루 섞어서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있고 학교가 있는 것이다. 방법을 배우는 것이 교육이지 답을 배우는 것은 인터넷이나 백과사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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