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각하, 국민들을 잘 살게 해 주소서

2006-10-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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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 국민들의 지지율은 약 33%로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지지율은 12.9%로 어떻게 대통령을 하고 있는 지 신기할 정도이다.

미국과 한국의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두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종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라크 전쟁, 북한의 핵시험 문제 등등…
그러나 두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이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한 것은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불경기와 더불어 최근까지도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한 석유 값 때문이다.비록 지난 1~2개월간 개솔린의 가격이 안정세로 되돌아서긴 했지만 지난해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석유 값은 국민들의 지갑을 가볍게 하고 정부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라크 전쟁에 대
한 미 국민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이유도 지속되는 불경기와 개솔린 값 폭등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만도 바로 경제적 요소가 가장 크지 않을까싶다. 대북지원 정책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의 불만은 ‘우리나라에도 배고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왜 다른 나라에 수백억원을 퍼다 주냐’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여론은 단순하다. 이데올로기나 도덕, 심지어는 정의도 배고픔 앞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진다. 국민들의 배가 부르고 지갑이 두둑해야 대통령도 존경받고 사랑받는다. 인턴 여학생과 바람을 피우다 전 세계에 탄로가 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인기가 높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석유 값도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았고 하루 매상액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물어라”라는 명언은 1960년대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어림도 없는 얘기다. 국민들의 밥상을 좀 더 푸짐하게 해줄 수 있는 대통령이 이곳에서도, 또한 태평양을 건너서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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