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을 통해 드러내는 빛깔

2006-10-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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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며칠 전에 한 부부가 상담을 요청해서 함께 만났다. 실은 몇년 전부터 그 가정의 심각한 자녀 문제로 종종 상담을 해오던 가정이었다. 찾아온 요인은 20세 아들의 심각한 횡포가 가족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되어 불안함으로 찾아온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불화하여 불안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정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정환경의 불안함이 기회가 되어 규율도 규범도 없이 훈련받고 가르침을 받지 못한 성장기를 지나 사춘기에 들어와 엄청난 홍역들을 치르는 가정이 되었었다.
마약과 수없는 가출은 당연하고 어울리는 갱들에게 조차 외면을 당할 정도로 그 아이의 행동의 심각성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을 납치해다 지하실에 가두고 묶어놓고 양쪽 발끝에다 불을 당겨대는 것을 보고 들은 아이들은 슬금슬금 그 아이를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한번 그 아이의 비위를 건드리면 레슬링 실력과 그 아이의 잔인성과 함께 아이들이 심하게 다치기가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이렇게 자신의 유아기와 유년기에 사랑과 관심으로 그리고 일관성 있는 교육으로 훈련되고 지원받는 것 대신, 아이의 눈에 볼 때는 무시무시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육탄 공격을 포함한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는 것들을 보며 그렇게 불안함과 거친 성장기를 보내야 했었기에 그 아이에게서는 자신의 상하고 상처난 감정들을 조금이라도 누군가 건드리면 난폭한 행동으로 폭발되어지는 성인이 된 것이다.

20세가 된 그는 이혼한 양쪽 부모의 가정, 그리고 친척들의 집을 전전긍긍하며 어느 곳에서도 그를 들이고 싶어하지 않게 된 것은 바로 그가 언제 그렇게 포악한 행동으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인 것이다.그 날도 내게 찾아온 부모는 아이가 새벽 2시고 4시고 별안간 쇠몽둥이, 칼들을 자신의 여동생에게 들이대고 두들겨댈지 몰라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것이다. 이미 경찰과 법원에서도 이 상황을 아는 이들 가정의 앞날은 마음을 참으로 무겁게 한다. 이 가정을 좀 더 어렸을 때 만났더라면, 그리고 그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냉철하게 판단하여서 나의 조언에 적극적인 협력을 만들어냈다면 이 정도는 아니되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는 아직 아닐지라도 내게는 이러한 조짐을 보이는 13, 14세들의 한인청소년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지난 주간에도 13세 밖에 안된 아이들이 경찰에 입건되어 법정에 서야 하는 아이들과 부모가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은 물론 술, 마약, 도벽, 무분별한 성관계에 노출되어 밤거리를 헤매는 13,14세 아이들의 부모들이 와서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는 예가 하루에도 몇 건이나 되는 것을 보며 내 자신도 마음이 답답함에 가슴을 자꾸 쓸어내리게 하는 그런 주간이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부모들이 자신의 죄의식과 헝클어진 자신의 삶의 형편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타협하며 끌려감으로 인해 자녀들이 더더욱 망신창이가 되어가는 것이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이 가을, 단풍이 유난히 아름답다. 어김없이 이맘 때만 되면 자신에게 주어졌던 봄과 여름의 따스하고 뜨거웠던 그리고 촉촉히 내려주는 비, 그 세월들을 통해 받았던 것을 그대로 물들여 자연의 정직성을 천연의 아름다운 빛깔로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 단풍의 진리를 우리에게 배우라는 것일까?

그렇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몸속에 아주 작은 세포로 생명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응애하고 엄마의 몸밖에 나와 자신을 맞이해주는 가정이라는 요람과 울타리를 통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자란, 춥고 아프고 혹은 훈훈하고 따스했던 성장기의 것들을 그대로 물들여
정직하게 그렇게 사춘기, 그리고 성인이 되어 우리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우리의 인격으로 드러내어지고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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