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핵무기의 앞날

2006-10-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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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형(애팔라치안대학 명예교수)

지난 1990년대 초에 나는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당시 UN주재 북한대표부의 차석 대사였던 사람과 며칠동안 가깝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미국 언론학회와 한미 커뮤니케이션학회의 초청을 받아 미 언론학회의 연례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두 차례의 세미나와 국제분과위의 오찬에도 참석, 이야기를 하고 나의 안내를 받아 성당 등 시내 관광도 하고 한국식당에 들려 몇 사람과 저녁식사도 함께 했다. 또 그는 다소 부정확했지만 예수님의 생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한번은 내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다소 고조된 음성으로 “자기들은 권총을 차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총을 가지겠다니 안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당시 북한이 얼마나 핵 개발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김정일과 대학 동창으로 가까운 사이이
고, 영어를 잘 하고 외교 실무의 엘리트라고 평가되고 있던 이 사람의 태도와 이야기로 보아 핵무기 개발은 북한의 주요 정책이 아닌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때 우리가 얘기했던 것은 10여년이 지난 10월 9일,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성공함으로써 사실로 증명되었다.


이번의 핵무기 실험이 아무리 작은 규모의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인체에는 무해할 정도의 방사능까지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제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과연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이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지대한 관심사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일단 보호되고 있다. 미국은 이 점을 북핵실험 후에도 다시 확인했다. 북한이 스스로 자살의 길을 택하지 않는 한 남한이나 일본에 대해 함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UN 헌장과 결의에 따라, 경우에 따라 최종 수단으로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할 수도 있따. 그러면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그 결과 한반도와 그 주변은 비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UN은 10월 중순 현재 북한에 대한 각종 원조 중단, 경제 압박 조치, 핵무기 재료의 수출입 금지를 결의했을 뿐, 무력 공격은 배제했다. 이에 대해서도 북한은 이것은 자신들에 대한 전쟁이라고 반발하고 앞으로도 1~2개의 핵실험을 더 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 사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5~6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또 모두 10개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이나 플로토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의 가장 큰 관심과 우려는 북한이 핵무기를 제 3자의 손에 넘기는 것이다. 이미 각종 무기를 수출, 외화를 벌어온 그들의 전력을 생각할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이 핵무기가 비인간적이고 무모하고 특히 미국에 적대적인 알카에다 조직이나 시리아, 이란, 베네주엘라 등에 들어가면 그 결과는 너무나 엄청날 것이다.

물론 UN 안보리의 결의안이나 미국 등 자유국들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수출입과 경제활동, 해상항공 검색 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중국이 북한 출입 선박등에 대한 검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인들과 주변국들의 관심사일 뿐 아니라 미국과 재미 한인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국제사회와 우리들은 이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앞으로 이 핵무기가 테러리스트 조직 등 비인도적이고 반미, 반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손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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