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수강산에 핵실험을 하다니...

2006-10-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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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베이사이드)

수년 전 김대중대통령 시절, 햇볕정책이란 것이 시행될 때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었지만 어쩌면 김정일이 실각하고 새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이 햇볕정책이 가로막게 되겠구나 예견했었다. 그 때는 엄청난 수재로 수많은 북한동포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며 마구 국경을 탈출하고 있었고 폭동이 예상되고 있었으니까.

북한에 강아지나 개는 다 잡아먹혀서 없고 상가집 상여를 쫓아가 다음날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탈취해서 끓여먹고 있다는 신문기사도 종종 접할 수 있었다. 한 재중국 교포가 평양에서 큰 공사를 따내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인부들과 중요 관계자를 모시고 회의를 개최하고 첫 연설하는 도중에 수많은 인부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차려진 음식을 아수라장을 만들며 먹어치울 때에 차마 눈물이 앞을 가려 제지하지 못했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그 시절은 지금보다 몇 배로 심각한 식량난과 수해로 더 어려웠었고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새로운 등장으로 자리가 덜 잡혀 모든 정권이 새로운 교체에 적응치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판국이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퇴각 후 서울의 봄을 고대하였듯이 평양의 봄을 나는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김정일을 뺀 모든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사라지기를.나의 아버지는 평양고보를 나오고 단신 월남해서 늘 가족이 없는 외로움에 수시로 평양에 남겨둔 7형제의 소식에 마음을 쓰셨다. 평양의 봄을 고대하던 그 해에는 간암으로 1년 동안 투병하면서 마지막 우리집에 들렀을 때 평생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평양에 가고 싶어하던
그 소망을 은근히 반대하고 못마땅해 하던 나는 돌아가시기 4개월 전 아버지 가족의 이름과 주소와 계보를 자세히 그 자리에서 써달라고 했고 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자기 직계가족의 명세서를 적어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내 동생들과 꼭 아버지가 못 가본 평양에 들러서 아버지의 친척들을 만나볼 것을 약속했었다.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수년 동안 아버지와 난 따뜻한 부녀의 정을 나누지도 못하며 겉돌고 있었지만 자신의 족보를 써내려가며 설명하는 아버지의 얼
굴에서 스미는 미소는 돌아가시기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준 아름다운 얼굴이었음을.어쩌면 또 단신 60년대에 미국에 홀로 와서 겪었을 수많은 고통의 나날들과 실패로 점철된 얼룩진 고단한 나날들을 단 한 장, 자필로 기록된 족보를 남길 수 밖에 없었던 그 인생의 불쌍함을, 연민을, 그 외로움을 어떻게 필설로 형용할 수 있으랴.그렇게 아버지는 가셨다. 생이별의 고통이 없는 곳으로.

햇볕정책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금 이 시점에서 단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저 미련한 야만인 같은 김정일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정책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인간들이 굶어 죽어가도 외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의 식탁을 위해서는 외국인 주방장을 고용하고 특별 수입품으로 주지육림에서 헤어나오질 못해 풍선 아니 에드벌룬처럼 부풀어오른 그의 허리를 보더라도 수많은 애첩과 갈아치운 부인들과 남한으로 탈출한 전처의 동생에게는 암살 지령을 내리는 파렴치한 인간. 믿거나 말거나 나는 실제로 목격한 연변 심양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인데 탈출한 북한 난민들을 호송할 때 코에 구멍을 뚫고 사슬을 묶어 줄줄이 엮어갔었다고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이 시대에 하나님이 준 소중한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 자행될 수 있는가?
수 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저 멍청한 국방위원장은 저 아름다운 국토에 핵실험까지 강행하고 말았다. 지구는 잘 돌보고 아껴도 얼마 남지 않은 자원에 매일같이 환경, 환경 해도 수많은 쓰나미와 지진이 일어나는 이 때에 한 자리 IQ인 돌머리 국방위원장은 핵폭발 이후의 방사능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말인가.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귀중한 친구, 김정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친척, 내 나라, 당신들의 자식들에게도 방사능의 낙진이 안 돌아가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지구의 내부에는 마그마가 끓고 있다. 그 속을 핵폭탄으로 건드려서 다같이 지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인가!

가슴이 아파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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