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번의 선거가 남긴 교훈

2006-09-21 (목)
크게 작게
이창오(우드사이드)

아무리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런 고사성어도 현대문명에 깔려 압사했는지 도무지 맥을 못 쓰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나 바라던 한인정치인 배출이라는 기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초장에 박살이 나버렸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자인 우리가 이러할 진대 두 번씩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테렌스 박 당사자의 심정이야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으리오.
그러나 우리는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역대 최초, 최고라는 과반이 넘는(51%)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당선은 커녕 3명의 후보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은, 우리가 아무리 단결을 부르짖고 하나로 뭉친다 해도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으며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또 있을 이같은 일에 가장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대안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데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패인을 분석하는데 그치지 말고 좀 더 진보적이고 현실적인 면에 대해서 개발하고 연구하여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한 번 피력코자 한다.

첫째, 테렌스 박은 2선에서 후계자 양성에 진력하라. 테렌스 박(존칭 생략)은 이번 결과로 퀸즈 민주당의 직책은 없어졌으나 플러싱 민주당 기구의 상임이사 역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정치에 더 이상의 미련을 갖기보다는 차세대 정치인 육성을 위해 두 번의 선거에서 얻은 노하
우(know how)와 지금까지 정치인이 되기 위해 쌓아온 실무 경험을 후배 정치 지망생에게 전수해 주는 진정한 후견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둘째, 이제는 2세 양성에 매진할 때다. 이민 1세 보다는 1.5세, 1.5세보다는 2세 양성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에겐 어려서부터 기부문화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며 봉사활동 등을 통해 이웃과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진정으로 남을 도울 줄 아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레 주류사회에 파고들어 그들과 동화되도록 해줘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3명의 후보 중 박 후보가 꼴찌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의 한계였다. 그것은 타민족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주류사회 공략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 좋은 예가 에디슨시의 최준희 시장 당선이 있다.셋째, 정치력 이전에 경제력부터 길러야 한다. 커가는 한인사회 경제력을 바탕으로 기성세대는 친한파 정치인들과의 유대를 공고히 함은 물론 시의회나 주정부 법조계 등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여 2세들에게 길을 놓아줌과 동시에 우리의 입지를 굳혀 나가며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

넷째, 타민족 앞에서는 가급적 ‘우리 끼리’를 뇌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는 ‘한인 표만 결집되면 당선은 가능하다”고 외쳤다. 이러는 우리를 저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리가 ‘우리끼리’만을 외치면 외칠수록 저들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다. 뭉쳐도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아무도 모르게 뭉쳐야 한다. 곁들여 동포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고 껴안는 것도 문제는 있다고 본다.

끝으로 남을 무조건 믿는 것도 문제다. 이번 선거 때 미국내 대표적 시민단체라는 시민노조(Citizen Union), 퀸즈 시민단체인 플러싱시민단체(Wost Flushing Civic Association), 그리고 플러싱 민주당기구(Democratic Organization of Flushing)등 단체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 받았으나 과연 그들로부터 몇 표나 얻었을까 궁금하다. 정보나 빼가지 않았으면 그나마 다행이
라 생각한다.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정도를 밟아 우리의 장래를 짊어질 인재를 양성하는데 올인 하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