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브롱스과학고의 분규 사태

2006-09-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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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명문고교인 브롱스과학고에서 한국어반 증설을 둘러싼 학교측과 한인 학부모간의 갈등이 확대일로에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갈등은 이번 학기에 한국어반 증설을 약속했던 학교측이 당초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데서 발단이 되어 한인학부모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어반 담당 한인교사가 해고됨으로써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인학부모들에 따르면 학교측이 이번 가을학기부터 한국어반 학급을 증설하는 방침을 수차례 밝혀 한인 재학생들이 한국어반 수강신청을 했는데 학교측이 이 약속을 어기고 원래대로 1개 한국어반만 개설했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지난 8일 한국어반 담당 한인교사에게 증설 불가 방침을 서면통고하고 수강자 39명의 명단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수강자 수는 방학 직전 수강신청자 명단 69명 보다 적은 수이며 그나마 학급 정원이 34명이므로 이 수강자마저 줄여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이같은 학교측의 방침에 대해 한인학부모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어반 교사가 한인학부모들과 만난 직후 학교측으로부터 해고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인학부모들은 한인교사의 전격 해고에 대한 사과와 해고 사유를 밝힐 것을 학교측에 요구하면서 서명운동과 학군장 면담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롱스과학고는 뉴욕의 명문 공립고등학교로 널리 알려진 우수 학교로 이민 초창기부터 많은 한인학생들이 거쳐 갔고 지금도 재학생 2,400명 중 350명 정도의 한인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어떤 사유이든 학교측과 한인학부모간에 이같은 갈등과 마찰을 빚고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대로 학교측이 한국어반 증설 계획을 약속했었고 수강 학생이 확보되었는데도 갑자기 학교측이 방침을 바꾸었다면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이다. 학교측은 이 증설 방침이 변경된 배경을 설명하고 한인교사가 해고된 사유를 분명히 밝혀주어야 할 것이다. 또 이와같은 방침의 변경과 교사 해고 등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요소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또 이번 한국어반 학급 증설계획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학교측은 새로 증설계획을 마련하여 발표함으로써 이번 사태로 인한 분규가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한인학생들을 포함하여 우수학생들의 배움의 터전이 되고 있는 브롱스과학고가 더 이상 분규에 휘말리지 않도록 학교측과 학부모들이 현명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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