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복권

2006-09-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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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부장대우)

아침 출근길, 고속도로변 대형 건물에 붙어있는 복권 광고판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한다.예전에는 뉴욕주 복권 당첨금이 써있더니, 이제는 메가 복권이라고 해서 액수가 더욱 커졌다.100달러짜리만 당첨되도 감지덕지할 판에 1달러 투자에 1,000만달러, 아니 1억여달러라는 거액
을 챙길 수 있다니,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복권 광고를 보고나면 머릿속에는 상상의 나래가 펴진다.
‘더도 말고 그냥 1,000만달러만 당첨됐으면 좋겠다’, ‘복권 당첨되면 어떻게 쓸까’, ‘우리 회사의 누구에게는 얼마를 줘야할까’ 등등.
아는 사람들과 복권 당첨이 될 경우 가상현실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다들 꿈이 다르다.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골프장을 매입하거나,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겠다고 우선적으로 말한다. 약간 젊은 층은 자동차부터 산다고 한다. 평상시에 꿈꿔오던 폼나는 스포츠카로.


무엇보다도 복권이 당첨되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타주로 이사부터 가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다. 사실 복권이 당첨돼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주위에 아는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데, 어느 수준에서, 어디까지 끊어야 할까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복권이 당첨되면 얼마를 주겠다는 얘기를 하다보면 웃기는 일이 가끔 생긴다. 예를들어 1억달러가 당첨됐는데 1만달러씩 주겠다고 말하면 졸지에 ‘쫀쫀한’ 사람이 돼버린다. 그래도 가끔 외신에 남이 꿔준 돈으로 복권을 샀다가 당첨됐을 때 그 분배를 꿔준 사람과 어떻게 해야하는지, 또는 복권이 당첨되면 얼마를 주겠다고 말로 약속했다가 이행치 않아 법정 소송에 걸리는 일 등이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복권이 그냥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복권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스개소리로 들은 얘기지만 복권 당첨 확률이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벼락맞는 확률보다 낮다고 들었다.
그래도 당첨금이 많을 때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는 복권 구입에는 꼭 참여한다. 무엇보다 나를 빼고 남들이 당첨될 경우(99.9% 안된다고 하더라도), 배 아픈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복권 당첨금이 커지니까, 복권을 사고 싶었다. 뉴욕주 복권국의 광고처럼 ‘Hey, You Never Know’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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