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의 역할

2006-09-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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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헨리 키신저가 서양에 태어났으면 처칠을 능가할 뛰어난 지도자가 되었을 거라 극찬한 싱가폴의 리콴유 전 수상이 새삼 그리워진다.
작은 나라 싱가폴을 동양의 선진국 대열에 올렸음은 물론,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싱가폴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그의 탁월한 지도력은 싱가폴의 영웅적 지도자로서 전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장기 독재로 민주주의 발전을 유보하여 비극적 종말을 맞은 박정희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싱가폴은 참으로 행운을 가진 나라다.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치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다수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지켜야 함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외교력과 경제력 또한 국가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정책수행 능력, 미래의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적 자질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를 겸비한다면 모든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임기 말에 들어서 자신이 잘못한 게 무엇인가 따져보라고 했다. 임기 말 레임덕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소한 전임 대통령들보다는 낫지 않냐는 발언의 진위를 들여다 보면 지도자로서의 책임과 소신있는 행동철학 보다 변명의 여지가 다분하다. 이러한 발언은 카리스마가 부족한 대통령으로 그의 정치적 실책보다 더욱 더 불신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부시는 임기중 실책을 너무도 많이 한 대통령이다. 미국정치의 자존심을 세우려다 구겨진 케이스다. 강력한 지도력을 각인시키지 못한 존 케리를 어렵게 누르고 재선된 부시는 공화당의 보수 강경파적 정책 노선으로 일관하다 미국의 정체성에 흠집을 냈다. 두번의 전쟁은 미국경제를
기울게 했고 전세계 국가들은 반전운동에 불을 지피며 미국의 외교정책에 등을 돌리게 했다. 명분없는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나고 머지않아 미국 경제가 사상 최악으로 곤두박질 칠지도 모른다. 유가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국민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시장은 붕괴되고 있다.

1989년 걸프전 후 주택 이자율이 18%에 이르자 미국의 주택시장은 90년대 초 은행 차압과 경매등으로 바닥을 치게 되었다.
이제 미국의 주택시장은 지난 40~50년간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최악이 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주택시장의 붕괴는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것은 단기간의 걸프전과 달리 중동지방 전체를 아우르는 테러전이 미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확보라는 전략적 노선이 잠재했다 하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란, 레바논 등 중동지방 전반에 걸친 대테러전의 성격을 띤 미국의 외교전략은 미국의 힘을 빼고 있는 것이다.

부시는 당선되자마자 9.11 테러로 주가는 폭락하고 미국 경제와 전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신이 휘청하게 되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핵개발을 공포하여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임기간 중 악재만이 연속된 불운한 대통령이다. 부시 말기, 미국 경제가 다시금 바닥을 치게 되면 부시대통령은 임기 8년 동안 잘한 일이 하나도 없는 실책 투성이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부시대통령을 무능하거나 정책적 오류를 일삼는 실패한 지도자로 보지 않는다. 처음 출마했을 때부터 보인 어눌함과 세련되지 못한 언어감각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로서 국민 앞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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