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인가

2006-09-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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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광고기획사 대표)

지금 대한민국은 온 나라가 도박의 열풍으로 벌집 쑤셔놓은 듯 갈팡질팡 혼돈하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무슨 사건만 터졌다 하면 악취 풍기는 그 와중에 하수인인 업자들과 정부 고위층의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나는 아니다’ ‘알지도 못한다’ ‘그런 사람 만나본 일도 없다’
‘주었다’ ‘안 받았다’ 하며 서로가 오리발 내밀기에 급급하다.
거의는 대부분 뻔한 결과가 나오고 과거 의리 따위는 헌신짝처럼 내동댕이 치고 비겁하게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한다.주는 자와 받아먹는 자들의 의리부동한 현실 앞에서 낯 뜨거운 인간 이하의 비정함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솔직히 한국사람들은 예로부터 사행성 도박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잡기에 민감하여 그 부분에 상당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요사이 한국사회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인지, 뭔지 하는 도박은 한 종류에 불과할 뿐, 한국인들의 사행성 도박 종류는 그 수를 헤아
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8.15 해방 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도박의 종류들이 사회악으로 등장하였다. 심지어는 어린이들을 유혹하는 설탕을 녹여 판에 박은 물고기 또는 안경 형태를 원형대로 뽑아주면 상을 주는 또
뽑기와 길목 군데군데에는 뺑뺑이판 돌리기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판에 자신이 건 번호에 핀을 던져 맞추면 몇 배를 배상받는 노름을 비롯해 카드를 이리저리 눈을 속여 옮겨놓고 판돈을 건 자가 자신이 지적한 카드가 맞았을 때 몇 배의 배상을 받는 노름과 빙고게임, 총 쏘기 노름 등 심지어는 박포장기라 해서 사기 장기 내기를 해서 돈을 따먹는 노름까지 벌건 대낮에 대로에서 버젓이 행해지곤 했다.


도시마다 한 집 건너 두 집 성행하던 당구장과 기원 등에서는 내기 당구와 내기 바둑으로 날을 지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으며 하우스라는 노름방을 설치하여 서양의 포커가 도입되어 이를 변형시켜 ‘하이 로우’라는 신종의 도박게임을 만들어 유행시켰다.
그리고 한번 붙잡으면 마약 이상의 정신을 유혹한다는 마작이라는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거나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수없이 횡행하였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여러 형태의 노름 형식이 언제인가부터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소위 빠찡꼬라고 하는 일본식 노름방을 호텔과 특정 장소에 인허가 해 줌으로써 대한민국 노름 최고의 이권으로 정부요인과 폭력조직이 연계되어 이권 차지를 위한 폭력조직간의 피나는 전쟁판으로 변모한 사실도 있었다.

당시 빠찡꼬 허가 하나 획득하면 황금알을 얻는 커다란 이권으로 한때를 풍미한 때도 있었다. 그 후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부산에 소재하고 있는 일류호텔 내에 카지노 허가를 인허가 해 줌으로써 한국의 카지노 노름의 역사적인(?) 문호를 개방하게 되었다.
노름 문화는 이 때부터 한 단계 국제적으로 도약하는 노름공화국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제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바다이야기라고 하는 신종 노름판이 전국 대·소도시마다 몇 집 건너 하나씩 성행할 정도로 수없이 많은 노름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현정부의 처사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대통령이 몰랐다고 오리발 내밀고 이 자가 저 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야당하는 사람들은 냄새나는 꼬리를 물었다고 신나해 하는 현실정에서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지고 시급히 이 문제가 시정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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