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류... 한국어... 가족간의 이해!

2006-09-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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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기자가 미국으로 갓 이민 온 90년대 초반만 해도 한인 1.5세와 2세 사이는 물과 기름과 같았다. 한국인이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문화차이로 도저히 어울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2세들은 한국 1.5세들을 FOB(Fresh off the boat)라고 놀리며 거리를 두었고 1.5세들은 2세들이
‘영어를 하는 이유만으로 잘난척한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간극은 1.5세가 자신들을 ‘한국인’으로, 2세들이 자기네를 ‘미국인’이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더욱 벌어졌다. 당시 2세들에게 한국어는 ‘외국어’로 그다지 배울 필요성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류’ 문화가 상종가를 누리면서 한인사회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2세들은 한국영화와 드라마, 노래에 빠져 한국어 배우기에 힘쏟고 있고 1.5세 친구들과도 ‘연예계’라는 공통적인 관심사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 길거리에서 1.5세와 2세
들이 옷차림 또는 말투만으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났던 것과는 너무나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1.5세와 2세들이 한국 연예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어 구사력은 늘지만 인터넷과 한국방송을 통해 배운 한국어가 더 이상 부모세대와 대화를 이어 갈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배운 ‘외계어’(단어 함축과 변형, 인터넷 통신 언어 등
한국 초·중·고등학생들이 애용하는 신조어)는 한국말 같지만 이해할 수 없고 전혀 어원을 확인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한인 1.5세와 2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조어의 예로는 ‘샤방’(환하게 미소짓다), ‘실빠빠 울랄’(진짜 못생겼다), ‘즐’(즐겁게나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거나 듣
기 싫다는 뜻)등이 있다.

이와 관련 한 한국어 전문가는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어 기본기가 없는 가운데 한국 TV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또는 또래들을 통해 외계어를 표준어로 잘못 배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문제 발생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언어인 한국어는 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그만큼 정교하고 변화가 많아 배우기 어려운 언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의 틈이 점차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표준 한국어를 자녀에게 가르치는 동안 자녀와의 문화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부차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이민 1세들이 영어 구사를 잘하는 자녀를 보면 기쁘다고 하지만 한국어 교육은 올바른 가정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부터 일주일에 하루라도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어떨까? 며칠만의 교육으로도 서로 결속감이 늘어남을 느낄 것이다. 바쁘지만 정말 오늘 하루는 짬을 내 아이와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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