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노인들, 무엇을 심었나?

2006-09-13 (수)
크게 작게
여주영(논설위원)

뉴욕시 공원국이 그동안 말썽 많던 상록농장의 일부에 대해 사용금지령을 내리고 밭을 갈아엎었다. 규정을 어기는 일부 문제 많은 한인들이 자초한 결과다. 이제 그같은 피해가 전체 한인 경작자들에게 미칠까 우려된다.
여가를 선용하라고 제공한 농장에서 농사를 지으면 그 채소들을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고 규정했음에도 일부는 그 수확물을 판매해왔다. 그 얼마 안 되는 농작물을 팔아봤자 집을 살 것도 아니고, 그것이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자식, 손자, 손녀들에게 넘겨줄만한 재산거리가 될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법은 지금 자꾸 우리 소수민족에게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때 일부 한인 노인들이 규정을 어긴다는 것은 뉴욕에서 땀흘리며 애쓰는 젊은 후세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는 행위이다. 그런 노인들이 집에 가서 아이들을 대할 때 무슨 정신을 가지고 말을 할까. 적어도 우리가 미국에 사는 한인노인들을 대우하고 우러러 보는 것은 유교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 사상이란 무엇인가. 도리를 지키는 것 아닌가. 법 이전에 지켜야 할 도리를 노인들이 지키지 못한다고 할 것 같으면 결국 지켜야 할 법마저 어기는 그런 결과를 낳게 된다. 제발 푼돈에 욕심내지 말고 자손만대에 본보기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인노인들이 밭을 일구어 놓고 그 필지를 팔고 사는 행위마저 있었다. 그 뿐인가. 한 사람에 한 필지만 하는 것도 한 사람이 여러 필지를 소유하고 또 여기서 나오는 경작물을 내다 팔고 하는 노인들도 여럿 있었다.

플러싱 상록농장, 이곳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정부에서 한인노인들이 무료할까봐 공한지를 주며 소일거리로 경작해서 먹고 지내라고 준 땅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인노인들은 그동안 수차 문제를 일으켜 공원당국의 경고를 받아온 터였다. 그런 농장이 결국 공원당국에 의해 트렉터로
밀리는 망신을 당하고야 말았다. 법을 지킬 줄 모르고 나만 아는 한인 노인들의 과욕이 빚은 결과다.

미국에 와서 이 나라의 복지혜택을 받고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 나라에서 노인들이 할 일이 무엇인가. 규정을 잘 지키고 법을 준수해 주는 것이 아닐까. 나이 들어 이 땅에 온 사람들이 미국
에 대해서 공헌을 한 것이 무엇인가. 미국을 위해 군대를 갔다 온 것도 아니고 일을 한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세금을 낸 것도, 자선사업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이란 나라가 복지혜택이 잘 돼있어 노인들을 잘 보살펴주지 않는가?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젊은이들이 내는 세금과 손자손녀들이 땀 흘리는 댓가에서 떼어가는 세금이다. 일부 한국들은 이 나라에 와서 현지 시민들이 타고 있는 혜택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받기도 한다.메디케이드, 메디케어, SSI, 푸드스탬프 등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이를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조금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한인사회에서는 노인들을 위해서 몇 번씩 기금도 모아서 노인들의 활동에 보태라고 전하기도 하고 한인들이 노인들을 염두에 두고 보살피려고 애들을 써왔다. 이런 한편에서 몇몇 노인들이 도리를 저버리고 미국기관에서 지시하는 규정마저 저버리고 있다. 그런다 할 것 같으면 이게 소수의 노인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인전체 노인에게 불이익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한인노인들이 받고 있는 복지혜택을 만일 미국기관에서 재조사한다고 할 것 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추측하건데 과연 정당하게 미국복지혜택을 받는 한인노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인들은 경험도 많고 수양도 많이 쌓은 분들이다. 다시 말해 세상살이에 식견이 밝아 젊은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어른들이다.
플러싱 비싼 땅에 여가선용으로 노인들에게 제공한 나라의 땅, 여기에다 노인들은 채소가 아니라 지나는 한국인들이 거기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심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 것은 바로 노인들이 후세들에게 심어줄 씨앗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