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환경 지향의 나의 잔디밭

2006-09-08 (금)
크게 작게
박춘식(치과의사)

Kentuky Blue Grass로 Sod를 입힌 광활한 골프장의 잔디밭.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이렇게 길들여진 우리의 눈은 우리들 가정의 잔디밭에도 민들레나 질경이 한 뿌리 없는 순도 100%의 잔디밭을 만들기 위해 초봄부터 아예 비료와 제초제를 섞어서 뿌려댄다.남이 하니 나도 따라해야 하는 Peer Presure도 만만치 않아서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든 양의 제초제와 비료가 필요 이상으로 사용되어 강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작년 봄, 이곳 에디슨으로 이사와서 제초제 없이 일년 반을 지냈다. 돌도 고르지 않은채 뿌려진 잔디 씨는 척박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군데군데 죽더니 지뢰 탐지하듯 죽은 잔디 뿌리를 들추고 돌을 뽑아주니 클로버가 어느새 푸름으로 메꾸어 놓았다.순도 100%의 획일적 잔디밭이 ‘일등’ 잔디밭이라면 모든 풀들이 살 권리를 갖고 있는 내 잔디밭은 그 일등에서 반대편 일등이다. 하지만 내 잔디밭도 획일성 하나는 갖고 있다. 종류는 다
양해도 키는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일주일이 멀다고 깎아댄다. 굳이 ‘모든 풀의 살 권리’를 인정하고 싶은 것은 미국 이민자로서의 동병상련의 심리적 발로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풀 종류의 다양성 말고도 나의 잔디밭은 몇가지 특성이 있다. Lawn Mower의 pollution을 Zero로 만들 것을 지향하고 있다.
엊그제 읽은 신문기사에 의하면 Lawn Mower는 차와는 달리 Catalytic converter가 없기 때문에 작은 기계 Lawn Mower 한 대가 한시간에 만드는 Pollution의 양은 새 차 11대 분의 양이며 riding lawn mower는 32대 분의 양이란다. 기계가 작다고 얕잡아 볼 양이 결코 아니다.또한 환경보호 차원에서 그는 Lawn Mower를 자주 튠업할 것과 작은 잔디밭에는 Classic
Push Lawn Mower(수동식 손으로 미는 것)를 권하고 있다.

Self Propelled가 아닌 Lawn Mower가 무겁고(힘든 것처럼 수동식 Push Lawn Mower도) 힘들거라고 지레 겁먹을 수도 있겠지만 엔진이 없는 이 수동식은 웬만한 소녀들도 밀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쉽다.이것을 한시간 사용하는데 550칼로리의 열량이 소모된다고 하니 걷는 운동 쳐놓고 이만큼 생산적이고 환경보호적인 운동도 드물 것 같다.이렇게 깎여진 풀은 그 자리에서 다시 썩어 밑거름이 되니 Town trash collect에도 줄이게 되고 비료가 별로 필요없게 된다.나의 뒤뜰 잔디밭은 여러해살이 꽃밭과 Vegetable Garden으로 바뀌어 간다. 꽃밭이 꽃도 볼 수 있고 잔디보다 손이 덜 가기 때문이다. 이미 1/3 정도가 꽃과 채소로 채워져 있는데 가뭄을 덜 타는 코스모스, 해바라기, soy bean 따위를 심었더니 여름 내내 물 줄 일이 별로 없었다.

우리집 뜰에는 새가 많이 온다. 노란색의 finch 며 빨간색 cardianl 같은 새들이 씨앗을 먹느라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에 매달려 너무 바쁘다.내 가든은 전량 리사이클 된다. 다시 말하면 가든 쓰레기가 없다. “완전 정글이네”라는 친구들의 말처럼 내 키를 웃도는 해바라기, 각종 콩과 나팔꽃의 vine들, 고추, soy bean 등등 추수를 끝내고 나면 이것들은 올겨울 내내 썩어서 내년 봄, 좋은 부엽토가 될 것이다.썩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은 경제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친환경적 아름다움은 우리의 인내심과 희생어린 관심을 필요로 한다.한 해가 다르게 일어나는 재아엥 가까운 기상의 이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자연파괴 때문이라는 게 학자들의 결론이다.

아마존의 밀림 파괴는 내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작은 내 한 집, 한 집들이 기울이는 친환경 지향적 노력들이 모이면 강이 되고 바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