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짖지도 않은 개는 대통령이 길렀다

2006-09-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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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지금 고국에서는 사행성 성인오락게임인 ‘바다이야기’의 홍수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나라는 바야흐로 ‘도박공화국’으로 전락했고 국민들은 서서히 도박에 중독되면서 양극화는 더더욱 심화되었고 사회 역시 서서히 타락해 가고 있다.

‘바다이야기’는 서민 주머니를 노리는 승률 0%의 ‘블랙홀’이며 대박 환상으로 인한 중독성에서 탈퇴하기 힘든 성인오락게임이 아닌 성인 도박이다.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느느니 실업자요, 노숙자들 뿐인데도 정부에서는 일을 해서 돈 벌게 할 궁리보다는 한방에 큰 돈을 만질 수 있게 하는 듯한 사행성 도박만을 권장하는 듯한 정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그러니 사회는 병이 들고 국민은 타락할 수 밖에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잇다”는 이 기본적인 경제원리가 진리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로 바꿔야 될 모양이다.


지난달 24일, 대통령은 열우당 재선 의원들과의 모임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도록 몰랐는지 부끄럽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소위 대통령의 ‘개 짖기 발언’이다. 대통령의 ‘짖지 않는 개’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마 모르긴 해도 이는 정보 당국자나 해당 부처의 장(長)이다. 청와대 내의 심복(비서진의 보고 라인)들을 의미하는 것임에 틀림 없으리라.

그렇다면 그 소위 ‘짖지 않는 개’를 기르고(인선) 이용(발탁 기용)한 장본인은 누구일까? 재론의 여지 없이 바로 대통령 자신인 것이다. 즉, ‘코드 인사·낙하산 인사 = 짖지 않는·짖지 못하는 개’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코드 인사 폐해의 증거물들인 것이다.사실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코드 인사는 있어 왔다. 논공행상이나 보은(보상) 차원의 코드 인사, 친정체제 구축의 의미에서의 지연이나 학연에 의한 안면인사(낙하산 인사)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도를 넘었을 때 비난과 성토의 대상이 된다.현재 대통령의 코드 인사가 극에 달해 있다는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제 코드 인사의 폐해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것은 바로 그들이 전부 ‘예스 맨’화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은(聖恩)에 감복하여 자신도 모르게 ‘예스 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일단 ‘예스 맨’이 되어버리면 주군(主君) 앞에선 절대로 짖을(수직언·고언) 수가 없게 된다. 매사에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이다.

그 좋은 또 하나의 예가 청와대 비서진들이다. 그들은 대통령 보좌의 주임무 보다 야당이나 언론과 각을 세우는데에 더 열중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은 ‘예스 맨’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하기는 편하겠지만 종국엔 그에 대한 업보를 지게 된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이번 ‘바다이야기’ 사건도 이런 ‘예스 맨’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대통령 면전에서 짖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짖을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어떻게 입은 성은인데 함부로 짖겠는가? 그저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를 극명하고도 선명하게 밝혀내고 코드 인사에 의한 더 이상의 폐해가 없도록 코드 인사 집착증에서 과감히 탈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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