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9.11 5주년을 맞으며

2006-09-06 (수)
크게 작게

여주영(논설위원)

뉴욕의 상징인 맨하탄의 트윈타워가 테러분자들에 의해 파괴된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이 국가적으로 충격과 슬픔을 받았지만 트윈타워에서 희생되었거나 트윈타워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미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은 더욱 깊게 남아있다.

테러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실체는 불만분자들이 모여 계획하는 소규모 집단의 극단적인 행동이다. 테러분자들은 이제 힘의 결집을 위해 종교집단인 이슬람 교도들을 끌어들이고자 지하드를 부르짖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때문에 테러분자들이 일으키는 예고 없는 공격은 종교전쟁이 아니라 하나의 적대감의 표출일 뿐이다. 그 소규모집단에 의해 미국의 그 한 모서리가 파괴된 것은 가장 잘 발달된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수퍼 파워’라고 하는 자만심에 의해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다.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은 국토안보부라는 부서를 신설, 테러사태나 비상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허지만 모든 국민이 협조하지 않으면 전담하는 부의 노력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평소에 대책을 준비해 놓아야 피해를 막을 수 있듯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 테러사건은 평소 온 국민이 방어준비를 미연에 하지 않으면 막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런던에서 얼마 전 발각된 20여명의 테러분자들은 거의가 다 영국 시민권자들이었다. 영국 런던에서 15마일 떨어져 있는 외곽에 모여 살고 있던 그들이 공항에서 잡힌 것은 꼭 짐 속의 물건 때문이 아니었다. 그 작은 마을의 주민들에 의한 신고 덕분이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낯선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든지 할 때에는 의심에 앞서 조심스럽게 눈여겨봐야 할 일이다. 만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예고 없는 불행에서 우선 내가 안전하려면 나 스스로가 먼저 조심하고 내가 방관하지 않으며 늘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 일상화돼야 한다.테러란 크게는 국가나 사회에 대한 것이 있지만 작게는 개인에 대한 것도 있다. 우리는 가끔 여기서 타민족으로부터 테러를 당한다. 우리는 흑인이나 타민족들이 ‘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지 말라’ 하며 가게를 때려 부수고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것을 보곤 한다.
이런 것을 볼 때 우리 한인 이민자들은 테러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흑인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언제 그 주민들한테 테러를 당할지 모른다. 백인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언제 그들에게서 테러를 당할 지 알 수 없다. 방법은 다 다르지만 우리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테러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종업원을 쓰더라도 언제 그들에 의해 테러를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헤이샨은 헤이샨대로, 흑인은 흑인대로, 히스패닉은 히스패닉대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위험 속에서 우리가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가 테러를 당하지 않으려면 국가는 국가대로 수퍼 파워를 자랑하지 말고 저개발국가와 나약한 나라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또 우리가 이 사회에서 테러를 당하지 않으려면 열을 벌었으면 하나는 그 사회와 지역에 내놓을 줄 알아야 된다.

제3국인을 종업원으로 쓸 때에는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실질적으로 미국 법이 규정해 놓은 임금은 최소한도 주어야 한다. 휴가철이 되면 휴가도 보내고 휴가비도 줘야 된다. 다시 얘기해서 내가 사람은 고용을 했지만 같이 살자하는 자세로 인간대접을 해야 아무 문제가 없다. 만일 이런 것들을 지키지 못할 경우 ‘테러’라고 하는 단어는 유행병처럼 번져 우리는 갖은 고초를 다 겪어야 된다. 이제까지 열심히 닦아온 10년 공(功) 나무아비타불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트윈타워 짓는 것이 한 두달에 걸려 지은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서 지었지만 무너질 때는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쌓아올린 건물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있던 인명은 물론, 혼과 기(氣)까지 앗아지고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까지 상처가 남는다. 만약 트윈타워와 같은 테러를 우리가 당한다고 할 것 같으면 사업체는 물론,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까지도 어떠한 피해를 당할 런 지 모른다. 테러 앞에서는 결국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민족이 사는 이 미국에서 늘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