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욕심만 빼내어 버린다면

2006-09-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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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한 번 태어난 세상, 살아가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였나. 석가모니는 생을 고(苦)라 했다. 그는 사람의 일생을 한 마디로 일컬어 생노병사(生老病死)에 비유했다. 생은 출생이요, 노는 늙는 것이요, 병은 말 그대로 병을 얻는 것이요, 사는 죽음이다. 제아무리 용틀임을 한다 해도 이 네 가지를 벗어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그러나, 이 네 가지를 벗어난 사람은 있다.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종교와 신앙 안에서만, 믿음 안에서만 믿을 수 있다. 그 사람은 예수와 석가다. 예수는 기독교의 창시자라 할 수 있다. 그는 33세에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했다. 부활 후 40일간 지상에 머물다 승천했다. 그는 지금도 살아 있다.

석가는 85세까지 살다가 죽었다. 그는 죽었지만 열반에 들었다. 불교에서의 열반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즉 윤회에서 벗어난 상태를 열반이라 한다. 그러니 그도 죽지 않고 열반에 들어 살아 있다. 석가는 불교의 창시자라 할 수 있다. 불교는 죽음이 따로 없다. 죽은 후에도 다시 태어난다. 태어날 때 다른 모양으로 태어난다. 그것이 윤회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고통스러워한다. 어쩔 수 없다. 그 고통을 유발케 하는 것이 사
람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욕심(慾心)이다. 욕심만 사람의 마음속에서 빼 내어 버린다면 고통은 하루아침에 소멸될 것이다. 그러니 고(苦)는 욕(慾)에서 온다. 사람을 고통으로 가게 하는 욕심이란 어찌할 수 없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멍에라 할 수 있다.


세상에 종교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종교에 의지하여 고통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데 있다. 즉 욕심을 없애려 하는 데 있다. 물론 종교란 행복만을 추구하는 목적 하나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양하다. 고통을 해결하는 동시 하늘의 복을 감사하는 역할도 종교는 갖고 있다.
순간적인 생을 탈출하여 영원으로 들어가 영원불멸, 살아보고 싶은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도 종교가 가지고 있는 역할 중 하나다. 마음 약한 사람들이 의지하여 더 용감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도 종교의 역할 중 하나다. 죽음 같은 고통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게 할 의지를 갖게 하는 것도 종교의 역할 중 하나다.

종교와 종교성은 동전의 양면성과 같다. 종교는 사회적 현상중의 하나다. 그러나 종교성은 사람이라면 아니, 동물과 온 우주가 안고 있는 신비성 중의 하나다. 신비성이란 아직도 풀려지지 않은 많은 세상의 것과 우주의 현상을 내포한다. 그 안에는 과학이 풀려고 하는 많은 현상들도 포함돼 있다. 과학이 풀 수 없는 현상들에는 인간 생명의 문제와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들어있다. 또 순간과 영원의 문제, 태어남과 죽음의 문제, 고통의 문제, 쾌락의 문제, 우주의 처음과 끝의 문제 등 사람의 안과 밖에 있는 모든 현상과 문제가 포함된다. 특히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욕심과 불안과
두려움 혹은 고통의 문제는 종교성이 풀어야 할 대표적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돈으로 대표되는 경제다. 사람은 종교적인 동물인 반면 경제적인 동물이다. 그러므로 종교와 경제, 즉 돈은 풀 수 없는 사람 세계의 현상 중 하나다. 돈은 종교성에도 포함된다. 왜냐하면 돈은 모든 것들의 으뜸인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군림해 숭상을 받고 있는 하나의 우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종교를 전파하는 구성단체인 교회나 사찰도 돈이 없으면, 즉 경제력이 없으면 포교를 하기 힘들다. 돈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어떤 종교 단체에도 있다. 돈으로 치부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 단체는 세상엔 너무나 많다. 이상하게도 사이비 이단 종교단체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과 재산을 그 사이비 단체에 바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세상 살아가는 고통을 감수해줄 것 같은 무엇인가를 사이비단체는 조성해 주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들은 고등종교의 교리를 자기들 멋대로 잘 이용하여 더 좋은 천국과 극락에 사람이 들어가 영생할 수 있는 것처럼 거짓을 말한다. 사이비 종교는 돈을 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그들은
치부한다. 치부하여 돈으로 신(神)을 삼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사이비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생은 고다. 하지만, 고의 근원중 하나인 욕(慾)만 줄이면 행복이 온다. 생노병사를 이길 자는 없다. 그러나, 신앙과 깨달음 안에서는 믿고 이길 수 있다. 그것이 종교요 종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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