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닷새보다 하루의 무게

2006-09-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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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각종 박람회가 열린다. 웰빙 식품, 화장품, 미술품, 직업 알선, 대학 안내, 직장 비품, 도서, 명품... 등 생활 각 분야별로 박람회가 열린다. 교사들의 연수회는 이름이 다르지만 말하자면 교사들을 위한 박람회라고 할 수 있다.

교사 연수회에서는 교육 철학이나, 이념, 교육 방법의 이론적인 기저 등에 관한 강의를 비롯하여 실제 학습 지도의 연구 등 교직에 필요한 기술까지 포함하여 실시된다. 풍부한 학습 자료의 전시도 도움을 주고, 참가자들끼리의 대화에서도 상호간의 정보가 교환됨으로써 연수회의 수확은 눈부신 것이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교사 연수회에 즐겁게 참가한다. 각자의 재충전의 좋은 기회이니까.


전 미국 각 지역의 교사들이 모이는 연수회는 보통 사흘의 일정으로 열지만 지역별 모임은 하루 종일의 일정으로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가 되면 교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미리 배포되는 자료의 일정표를 보고 각자가 참가할 강의나 실습 시간표를 미리 짜놓고 연수회에 참석하면 효과적이다. 마치 대학생이 각자의 시간표를 짜듯, 시장에서 살 물건을 미리 메모하듯 즐거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연수회장은 언제나 좀 더 나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열기로 가득 찬다. 그러나 참가자의 얼굴이 많이 바뀐다. 한국학교 교사들의 이동이 심한 점도 생각할 문제이다. 앉은 자리가 따뜻하기도 전에 이동이 심한 것은 이 직장이 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하나의 요인이다. 이런 현상에 따르는 영향은 한국학교 교육의 효과에 직결될 수 있다.

연수회에서는 가끔 놀랄 만한 보물을 찾기도 한다. 지난 번에 있던 일이다. 여러 반으로 나뉘어서 연구 활동을 하던 중 눈에 띄게 우수한 교사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이론의 전개가 분명하고, 창의적인 뛰어난 학습자료 연구가 빛났다. 또한 입체적인 설명 방법은 타인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녀가 무심코 한 말의 뜻을 새겨 본다. ‘저는 주중에 미국학교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한국학교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주중 닷새보다 주말의 하루가 더 힘이 듭니다’ 이는 얼마나 뜻이 깊은 말인가. 그녀의 말이 계속된다. ‘미국학교에는 학습자료가 풍부합니다. 그 중에서 적당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교사의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학교에서는 모든 것을 창조해야 합니다’한국학교가 교육 효과를 제대로 올리지 못한다면 바로 이 점도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 학습 자료를 선택하느냐 창조하느냐의 문제이다. 두 가지 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창조하는 편이 에너지 소모가 많지 않겠는가. 닷새보다 하루의 무게가 더 함을 통감한다.

또 하나의 큰 문제로 학생들의 취학율이 낮고, 취학하더라도 끈기가 부족하여 쉽게 단념한다. 언어의 습득이 단시일에 효과를 올리는 것일까. 이것은 학생 자신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사들마저 이에 휩쓸릴 지경이어서 굵은 나무 기둥을 꼭 잡고 있어야만 한다.그래도 앞으로 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학교 교육이 혁혁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적어도 한국학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풍조는 미국 교육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각급 학교에 한국어반이 증설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와는 학습 목적이 다르지만 한국어 교육은 점점 퍼지고 있다. 우리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이고, 한 쪽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이다. 재학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는 사회인이 많다는 통계에 주목한다.

연수회에서 만난 우수교사가 건재하는 한 한국학교 교육의 미래는 밝다. 많은 교사들이 닷새보다 하루의 무게를 느낄 때 한국문화교육은 건강할 것이다. 이렇게 느끼는 계기가 된 교사연수회는 값진 것이다. 긴 여름 동안 연수회, 캠프, 여행으로 재충전된 학생, 교사, 학부모가 새 출발을 하는 개학을 맞이하였다. 물론 한국학교도 개학하였다. 우리 모두가 닷새보다 하루의 무게를 느끼게 되면 교육 효과를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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