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 여자의 변신

2006-09-05 (화)
크게 작게
박민자(의사)

요새 찍은 사진 속의 나는 지난날 갱년기를 지난 나의 어머니 모습이다. 바람과 같은 세월은 흔적을 남기며 스쳐간다. 단골 미장원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작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근황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감정의 색깔이나 표현이 선명하고 직선적이다. 그녀는 눈썹은 밀어내어 문신으로 그리고 눈을 두 겹으로 깊게 쌍꺼풀을 하고 코를 높이고 주름살을 지워버렸다.

과감한 대 혁신을 일으킨 얼굴이다. 외모지상주의 시대의 주역이 된 것이다. 그녀의 미용 성형수술은 자신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상품화 하고 마케팅하는 책략과 도전이었다.그녀는 동양화의 미인도에 나오는 고전적인 부드러운 분위기의 여자였다. 새로 탄생한 얼굴은 날카롭고 강한 서구적인 인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때 이만하면 수술을 한 비용과 투자한 가격의 견적이 만만치 않아 보이지?” 그녀의 물음에 당황하는 나를 보고 그녀는 “웃자고 하는 얘기야. 누가 뭐라고 하던 조금도 관심이 없어”그녀는 대부분이 겪는 성형수술 후 후유증인 정서 불안과 컴플렉스에서 완전히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그러나 피부를 잘라내어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주름을 지워버린 얼굴은 약간 경직된 표정이다.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된다.이탈리아의 시칠리아(Sicily) 태생인 남편은 지중해의 쪽빛의 눈을 지닌 미남이다. 그녀는 나이 먹어가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근육과 마른 몸집에 더 매력적이 되어가는 남편 때문에 불안하다.

그래서 그녀는 달콤한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녀의 분노는 솜사탕 처럼 녹아버린다. 그녀의 체중은 눈 덩어리처럼 불어났다. 탄력을 잃고 시들어가는 젊음과 파손된 배처럼 침몰하기 직전이었던 결혼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탈출은 미용성형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고치기의 공격적인 전략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롤러 코스트와 같이 오르락 내리락하던 기복이 심한 파경으로 치닫던 결혼은 이혼으로 끝났다.그 옛날 돋보기를 끼고 바느질을 하시던 할머니의 검버섯이 피고 주름진 피부는 거칠고 단단한 나무 껍질처럼 세월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과 연륜을 말해준다. 할머니의 구부정한 어깨는 비람 속에서. 구부러지고 휘어짐으로써 온갖 시련을 겪은 후 버티고 서 있는 고목과 같다인내와 희생을 강요당했던 봉건시대의 여인들이 미용 성형으로 외모를 상품화시켜 주가를 올리고 팔자까지 고치는 환상적인 변신을 꿈이나 꾸었을까?

이물질을 집어넣어 주름을 지운 그녀의 얼굴은 지난 날의 흔적이 모두 지워져 있다.그러나 바람같은 세월은 멈추지 않는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다시 세월은 그녀의 얼굴에 또 다른 흔적을 남기며 스쳐갈 것이다.
그녀는 온갖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하나하나. 아름다운 나이테의 무늬를 그려가는 나무처럼 나이가 먹어가면서 연륜의 주름이 잡혀갈 것이다.
그녀가 외모의 대한 갈등과 집착에서 벗어나 또 다른 모습의 도전과 변신을 기대해 본다. 헤어질 때 악수를 하는 그녀의 굳은 살이 박혀있는 손은 돌멩이같이 단단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