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태어나는 한국인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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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브롱스과학고 한국어 교사)

‘Welcome to Korea’라는 주제로 올해 열린 제3회 브롱스 과학 고등학교의 한국인 축제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있었던 행사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인사회에 도전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된다.

1000석이나 되는 강당의 자리를 거의 꽉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외국 친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물론, 한인학생들 스스로도 놀란 그야말로 한국 문화 안에서 하나가 된 축제 그 자체였다. 이로인해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사담화라 할까 이런 좋은 분위기와는 달리, 갑자기 한류의 열풍과 같은 한국어 반이 활성화 되려는 이 시점에 오히려 학교 측에서의 찬물과 같은 반응에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갑작스런 한인 학생들의 재능과 거대한 한인 학생들의 행사에 학교는 당혹해 하기도 하였고, 바로 외국어 담당 총책임자 이태리어 교사와 스페니쉬 교사의 노골적인 시기 질투의 거북살스런 일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로 다가왔다. 그런 내게 오히려 몰지각한 아주 극소수의 한인 학부모들은 “갑자기 브롱스 과학 고등학교의 한국어 반이 의외로 빨리 진행되니 오히려 천천히 되었으면 좋겠다”는 등 부정적인 말과 함께 오히려 한국어 교사가 경험이 없어서 과정 중에 실수하여 학생들이 손해를 볼 지도 모른다는
등의 말거리를 교장, 교감에게 제공해 주는 등 어리석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한인 학부모들의 한국어 반 필수 및 증설에 대해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니 결정된 사항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대답을 하였는데 신뢰하지 않고 섣부른 행동을 하는 소수의 한인 부모들의 그릇된 행동은 우리의 자녀는 물론 한인 교사들에게도 역효과를 주는 것이라고 본다. 왜 자신의 자녀만이 삶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고 행동하는지, 학부모 스스로가 불신하는 한국인 교사에 대한 몰지각한 태도, 심지어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한인 학생을 오히려 “깡패”라고 하고 문제아로 지명하며 이야기하는 언행들, 이 모든 이기주의적 교육관과 한국어반 증설과 필수에 돌을 던지는 한인 학부모들의 역반응적인 행동은 참으로 나를 가슴 아프게 했다.

세계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한국 학생이 아무리 유능하여도 제 생긴 나라의 언어도 못하면서 그런 2세들이 과연 얼마나 세계의 무대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겠는가? 나는 외국어 배우기를 즐거워했고, 학생들에게도 도전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한인 학부모들은 영어에 한이 맺힌 사람들처럼 “영어만 잘하면 한국어 정도는 무시하고 가도 된다.”라는 논리를 자녀들에게도 교육한다. 심지어는 한국어를 쓰지 않도록 하며, 부모들이 교육 좀 받았다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일반 한인 가정과는 구분된 뭐 대단한 가정이나 된 착각으로 사는 한심스럽고 답답한 가정을 종종 보곤 한다.

‘Welcome to Korea’라는 행사로 인해 매일 한 시간 가르치는 교사의 차원을 떠나서 학교를 하루에도 서너 번 씩 드나들며 곱지 않은 눈초리, 사사건건 간섭하며 나를 어렵게 하는 것은 이미 정신적으로 전쟁을 겪어야만 했다. 심지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앞에서도 언어 담당 총책임자는 내게 심한 모욕감을 주는 등 별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본 한국어 반 학생들은 마음이 안타까와서 쫓아다니며, 전화하고 나를 격려해 주는 그들에게 오히려 고마와하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충격이라고도 생각지도 않은 내게 마치 그 충격의 분량을 나타내듯, 그 날 나는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연습시키고 학교로 돌아가던 중 내 평생에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냈으며 차도 쓰지 못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문득 문득 내게 일어난 일들이 겪지 않은 전쟁을 미국에서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목사인 내가 이것을 겪는 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나중에 할 말을 하게 하실 계획이 있나보다 싶어서 나의 태도를 분명히 밝혀서 적어도 브롱스 과학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에게는 삶의 전환점을 찾게 하고 한인의 자긍심을 심어주며, 외국 학생들에게는 5천년 역사 속에 심겨진 우리 문화를 한껏 자랑하고 알리며 이런 작업을 통해서 한인 2세들이 당당하게 고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가 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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