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시 작통권이 짝퉁권 쯤 되나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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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전 은행인)

여타 정권이 더 낫다 해도 도토리 키 재기이지만 유독 김대중 정권 때 게이트 사건이 많아 조용한 날이 없었고 노무현 시절만큼 시끄러운 때는 더더욱 없었다. 이제는 전시 작통권 문제로 기둥뿌리마저 흔드는 노정권이나 탓하지 김대중은 왜 끄집어내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씨도 안 먹는 햇볕정책으로 퍼주고도 김정일 앞에서는 ‘녜, 녜”의 내시가 된 그 정권이 무조건 친북, 반미세력의 선봉장으로서 나라는 이미 적화되었고 통일만 안된 것 같은 위기감이 폭풍 전야같은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노정권은 미사일 쏴대고 핵실험 등 막무가내 식으로 끝까지 가보겠다는 저 선불맞은 인왕산 호랑이 날뛰듯 하는 김정일 앞에서 국방자주권을 위해 작통권을 환수받겠다는데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는 정훈교육에 누구에게 총을 겨눠야 할지 헷갈려하는 대한민국 군대가 별안간 일당 백의 강군이 되었다는 얘긴가. 현대전은 정보와 전자전으로 최첨단의 전자기기에 의한 정보 수집과 최신예 무기로 기술적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것인데 우리의 힘만으로 발악하는 저 독한 괴물을 막아낼 수 있는가 묻고 싶다.
전쟁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방자주권이 국가의 자존심을 세워준다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보라. 자존심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막아주지 못한다. 혹자는 북한 붕괴에 대비해서, 또는 평양정권을 접수했을 때를 대비해서 작통권이 필요하다는데 배지도 않은 어린애 갖고 영웅호걸 왕비공주 다 만들고 있다. 지렁이가 높이뛰기 하다 다리 부러지는 소리다.


김정일에 물어보라. 그 자가 지금 혈맹인 중공도 아랑곳 않고 백성들이야 굶어 죽건 말건 죽기살기 식의 선군정치를 내세워 단말마적 발악을 하는 이 때다. 오죽하면 전직 국방장관, 예비역의 늙은 장군들까지 모두 나서서 작통권 환수의 시기 상조를 도끼 든 채 궐문 앞에 엎드려(持斧伏闕上訴) 읍소하건만 노(盧)왕께서는 인끈없는 늙은 병조판서들에 노하셨는지 눈 하나 까딱 않고 신출내기 신참 병판이 나서도 “노형들께선 병장기 손에서 놓은지 오래됐는데 뭘 아신다고 모두들 번거롭게 구십니까”다. 결국 집에 가서 며느리 밥이나 얻어먹고 손주들 재롱이나 구경하라는 태도인데 북조선 빨갱이들로 인해 총알이 빗발치는 포탄밭을 누볐던 노장들이 “어떻게 지켜온 내 강토요, 자유국민인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나 너무 오래 살아서 험한 꼴 보는구나”하는 자괴감에 젖지 않았을까, 웬지 송구스럽다.

역대 국방장관들이 눈여겨 보고 겪어왔던 한미연합사의 전투 장비나 정보기기의 전술적 효용성이나 기술적 실용성 등 아직도 우리 군이 미군과 비교할 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기에 저렇게 쌍수 들어 말리는 것인데 정부는 오기로 밀어부치고 여당은 거름지게 지고 따라나서니 구석
구석마다 퍼져있는 겉 희고 속 붉은 자들이 날뛰고 숭어가 뛰니 꼴뚜기, 망둥어 모두 뛰는 꼴이다. 그 중에도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들이 김일성을 신격화 시키고 그 주구노릇을 하는 자들인데 하는 소리는 혼자 듣기 아깝다.
“지금 북의 선군역량(先軍力量)은 세계에 단연 으뜸이다. 세계를 제 맘대로 좌지우지하려고 이리저리 전쟁에 미쳐 날뛰는 미국도 무서운 북에게만은 무작정 함부로 어쩌지 못한다”이런 돌대가리들 때문에 만에 하나, 적화통일이 된다면 해외동포들도 지상낙원을 등진 괘씸죄에 걸려 목숨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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